'거취고심'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싼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자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한 이후 4개월여 만에 검찰총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해 온 노 대행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들에게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대변인실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지하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만석 대행은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이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로 이어져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사건 핵심 관계자들. (왼쪽부터) 유동규 - 김만배 - 남욱 - 정민용.사진=연합뉴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을 놓고 기존 업무 처리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한 대검 수뇌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만석 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 이틀 뒤인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항소 포기 직후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은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노만석 대행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대장동 사건 수사 및 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를 비롯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반발이 확산했다.

주말을 보낸 10일 평검사로 구성된 대검 연구관들부터 부장검사급 각 부 과장들, 핵심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들 사이에서도 노만석 대행에 대한 책임론이 쏟아졌다.

특히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들은 당일 노만석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설명을 요구하고 거취 표명을 포함한 책임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했으며, 대검 부장들은 당일 노만석 대행에게 직접 사퇴를 권하기도 했다.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과 고참 지청장 8명, 그리고 검사 교육을 맡은 법무연수원 교수들도 집단으로 입장문과 성명을 내며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등 조직 내부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여당 주도의 검찰 개혁이 진행되는 와중에 검찰총장 대행이 물러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나왔으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의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만석 대행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검찰 조직은 당분간 '대행의 대행' 체제로 비상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대행직은 대검 부장 중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사법연수원 31기)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노만석 대행의 사표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최종 수리된다.

사표가 수리되면 노만석 대행은 지난 2012년 중앙수사부 폐지에 대한 조직 내부의 반발로 물러났던 한상대 검찰총장에 이어 약 13년 만에 조직 내부의 불협화음 속에 불명예 퇴진하는 검찰 수장이 된다.

검찰은 수장 공백을 최소화하고 조직 안정을 위해 '대행 체제'를 오래 유지하기보다는 신속하게 대검 차장 후속 인사를 통해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 차장은 검찰총장과 달리 인사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으며, 현재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을 제외하고 3명의 고검장이 있어 이들 중 한 명이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