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의 현안 청탁을 대가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받았다는 고가 물품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에서 열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 속행 공판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재판부는 물품의 실물 검증을 위해 특검팀에 직접 법정으로 가져올 것을 요구했고, 특검팀은 전성배 씨로부터 확보한 샤넬 가방 3개(흰색, 검은색, 노란색), 샤넬 구두 한 켤레, 그라프 목걸이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날 재판부는 흰색 장갑을 착용하고 제출된 물품들을 직접 검증하는 절차를 가졌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각각의 샤넬 가방 내부를 촬영하고 사용감을 확인했으며, 그라프 목걸이 역시 케이스에서 꺼내 사진을 찍고 흰색 장갑을 낀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등 상세하게 살폈다.

검증을 마친 재판장은 흰색 가방에 대해 "버클에 비닐이 없고 약간 긁힌 것 같은 사용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샤넬 구두에 대해서는 "바닥에 사용감이 있었고 음각으로 39C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목걸이가 고정된 상태는 아니었고 사용감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영호 씨가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2022년 4월 8백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와 같은 해 7월 1천2백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 그리고 6천2백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는 처음에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했으나, 지난 5일 샤넬 가방 2개를 전성배 씨로부터 받은 뒤 이를 흰색, 검은색, 노란색 샤넬 가방 3개와 샤넬 구두 한 켤레로 교환한 사실을 최초로 인정했다.

김 여사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통해 이 교환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영장심사 포기하고 특검 대기하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영장심사를 포기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 8월21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대기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심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재출석한 전성배 씨는 그라프 목걸이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기존 증언을 유지했다.

그는 "최종 목걸이를 받은 당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진실하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전성배 씨는 "물건을 분명히 전달했고, 전달받았다고 (김 여사에게) 연락받았다"며 "그것을 (김 여사가) 돌려줬을 때도 정확히 처남을 통해서 제가 돌려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윤영호 씨가 전성배 씨에게 목걸이를 전달할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윤영호 씨는 전성배 씨에게 '조심스러운 말씀인데, 여사님께 지난번과는 다른 아주 고가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는지요. 여러 가지 마음이 어려우실 텐데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전성배 씨는 여기에 '언제든지 전해드릴게요. 여사님 마음 여시면 화통하세요'라고 답했다.

전성배 씨는 "윤영호 씨가 (김 여사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하려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김 여사에게) 확인을 하니 '괜찮다'고 했다"며 "윤영호 씨는 저에게 통일교 선물이라고 하지 않고 개인 선물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전성배 씨는 과거 "김 여사가 처음에는 물건을 꺼리면서 받았으나, 나중에는 쉽게 받았다"고 증언했던 내용에 대해, 가방이 아닌 천수삼 농축차를 받는 것을 꺼린 것이었다고 주장을 번복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핸드백에 대해 망설인 게 아니라 본인은 인삼을 못 먹는데 그래서 천수삼도 못 먹지 않느냐는 뜻으로 (망설이고) 한 것을 제가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고가의 선물을 받는 데 부담을 느껴 받기를 꺼린 것이 아니라 인삼 제품을 먹지 못해 망설였다는 설명이다.

전성배 씨는 "핸드백을 꺼릴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김 여사가) 원래 인삼 제품을 못 드시는 것을 알고 있다. 처음 받을 때 꺼렸다고 얘기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 조사 당시 "샤넬 가방 등 선물을 쇼핑백째로 보관하다가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던 전성배 씨가 입장을 바꾼 데 대해서는 "김 여사가 '전달한 사람은 제 처남도 되고, 저도 되고, 유 전 행정관도 되니 다른 사람들이 다치니까 그렇게 하지 말고 쉽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해서) 이렇게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특검 조사에서 "금품을 보관한 뒤 임기가 끝나고 주겠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 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번복했다.

전성배 씨는 특검팀이 "피고인의 부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며 "텔레그램인지 전화 통화로 계엄 전에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돼 있던 연락처 역시 김 여사가 사용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배 씨는 이 연락처로 인사 청탁 메시지를 보냈는데, 김 여사는 이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가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건희2로 연락하면) 피고인이 받았다"며 "안 받았으면 안 받았지 (다른 사람이 받지는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윤영호 씨와 윤영호 씨의 아내이자 통일교 전 재정국장인 이모 씨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과태료 5백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