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한미 팩트시트 타결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14일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큰 틀 합의를 이뤘음에도 발표가 16일 만에 이뤄진 배경으로 양국 간 세부 문구 조율과 미국 내부 이견을 지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닷새 뒤인 3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이번 주 발표 가능”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른 관계자가 “언어와 자구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가 반복적으로 미뤄지면서 핵심 사안 입장 차로 장기화 우려가 제기됐다.

‘양국 간 이견 거의 없다’는 당국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날 양국이 최종 문안에 합의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팩트시트 내용을 발표하며 마무리됐다.

발표 지연의 주요 배경으로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안보 분야 3대 쟁점이 꼽혔다.

이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핵잠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 내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상 간 기본 합의를 바탕으로 세부 문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부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에는 팩트시트 내용 범주부터 문구 세부 조정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라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라고 협상의 난이도를 강조했다.

위성락 안보실장, 한미 팩트시트 답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 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발표 지연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그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관한 건 지난 8월 문구 합의가 됐으나 관세 협상이 덜 돼 함께 발표하려 미뤘다”라고 말했다.

무역과 안보 분야를 일괄적으로 팩트시트에 담기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위 실장은 “경주 정상회담 때 미국에서 일부 재론을 제기했고 핵잠 부분도 추가됐다”며 “이후 마지막 순간까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논의가 다시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지연에 대한 야권 등 국내 비판을 겨냥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는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하지 못해 무능하다’, ‘상대방 요구를 빨리 들어주라’는 취지의 압박이 내부에서 가해지는 상황이 참 힘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실패를 기다려 공격하려는 심사가 느껴지는 내부 부당한 압력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은 “힘센 강자와의 국익 지키기 협상에서 버티는 것도 힘든데 뒤에서 발목 잡고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고 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다”라고 지적하며 “우리의 유일한 힘, 최대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우리의 힘을 최대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늦었다고 지탄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초강대국 미국과의 일대일 협상에서 시간에 떠밀려 서명할 경우 국익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인내를 기른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동시에 정부 실패를 기다리는 듯한 야권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