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혐의' 한학자 총재, 휠체어 타고 법정으로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보석심문을 진행했다.

한 총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보석을 요청했으나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와 범행 중대성을 이유로 기각을 주장했다.

한 총재 측 변호인단은 특검 측 증거의 신빙성을 공격하며 “공소사실 대부분이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행위로 시작해 끝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본부장이 재정국장인 아내 이모씨와 함께 막대한 자금을 지배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한 총재를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본부장과 한 총재의 대화 녹취록을 재생하며 윤 전 본부장이 범행 기획자이자 실행자라고 강조했다.

녹취록에는 윤 전 본부장이 “저는 어머님(한 총재) 지시 받아서 일한 적이 없지 않느냐” “천원궁(통일교 본부) 이름도 내가 지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총재 측은 “식사 보조가 없으면 식사가 어렵고 정상 수면도 어려운 상태”라며 건강 악화와 도주 우려 없음을 부연했다.

한 총재는 직접 발언에서 “세계의 모든 정치인, 종교계, 학계가 나를 평화의 어머니로 알고 있다”며 “특검에서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특검팀은 한 총재가 통일교 최고 지도자로서 모든 금전 흐름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위치에 있었다며 보석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안구질환 외 병원에서 특이사항 발견되지 않았으며 구치소 수용 생활이 어렵다는 의견도 없다”며 “정치자금 교부 범행 정점인 인물이 보석되는 것은 일반인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 조사 시 변론권 보장으로 진술 신빙성이 높다는 점, 윤 전 본부장 퇴임 후에도 통일교 내 정치 지원금 계산·계획 문건 발견, 증거인멸 우려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왼쪽)와 권성동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에는 한 총재와 최측근 비서실장 정모씨 등의 첫 공판이 열렸으며 통일교 세계본부 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씨는 “한 총재 승인 없이는 집행이 안 된다”며 “품의서를 올렸을 때 윤 전 본부장이 통상 ‘참어머님이 윤허하셨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서씨는 지난 2022년 통일교 행사 ‘한반도 평화 서밋’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날 당시 윤 전 본부장이 “우리 서밋 목적은 한국 대선 폭발력을 갖는 것” “펜스와 윤(당시 윤석열 대선후보)을 만나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맞는지 묻자 “네 맞다”고 답했다.

한 총재 측 변호인은 특검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부인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전 본부장 스스로 자신이 직접 고르고 준비했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준 혐의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한 의혹에 대해서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어 범죄 구성요건 미충족이라고 논지를 폈다.

한 총재는 안과 수술 필요를 이유로 지난달 4일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일시적으로 풀려났으나 기간 연장 불허로 7일 재수용됐다.

한 총재가 형사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