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진=연합뉴스

내년 검찰청 폐지와 함께 수사 기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될 예정인 가운데, 중수청에서 근무하겠다는 검사가 단 0.8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검사를 포함한 전체 검찰 구성원 중에서도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6.1퍼센트(%)에 그쳐, 정부 주도로 추진된 검찰 개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법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핵심 인력들이 새 기관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 사법 체계의 대혼란과 기능 마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 중수청 출범 임박에도 검사 99% '외면'…압도적인 '공소청 쏠림' 현상

6일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 Task Force)'가 지난달 5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검찰 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검사 910명 중 77퍼센트(%)인 701명이 공소청 근무를 희망한 반면,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검사는 0.8퍼센트(%)인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8.2퍼센트(%)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현상은 검사 외 직렬을 포함한 전체 검찰 구성원 5천737명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공소청 근무 희망자가 59.2퍼센트(%)인 3천396명으로 압도적이었고,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6.1퍼센트(%)인 352명에 그쳤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각각 맡게 된다.

불과 열 달 뒤면 중수청이 주요 수사를 담당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핵심 인력인 검사 대부분이 중수청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설될 중수청의 인력 구성과 중대범죄 수사 기능의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검찰 구성원 '수사 보완권'과 '수사 개시권' 유지 강력 요구…개혁 본래 취지 충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검찰 구성원들이 수사 권한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점도 주목된다.

전체 응답자의 89.2퍼센트(%)는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5.6퍼센트(%)에 달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가 필요한 이유로는 '사법경찰(사경)의 수사 미비와 부실 보완' 응답이 81.1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공소 제기 및 유지의 효율성'은 67퍼센트(%), '사경의 인권 침해 또는 위법 수사 시정 필요'는 55.6퍼센트(%)를 기록했다.

또한 보완수사 대상을 특정 사건으로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도 79.5퍼센트(%)로 매우 높았다.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5.7퍼센트(%)로 절반을 넘었다.

수사 개시가 필요한 분야로는 '수사기관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범죄' 73.4퍼센트(%), '무고 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 사범' 71.3퍼센트(%),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기관 고발 사건' 53.1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87.7퍼센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검찰 개혁의 핵심 내용인 수사권 분리에 대한 검찰 내부의 강한 불만과 함께, 현행 검찰 개혁이 사법 시스템의 안정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1년 뒤 폐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중수청 인력 구성 난항으로 '검수완박' 정책 실효성 도마 위

검사들의 대거 중수청 기피 현상은 검찰 개혁의 본래 취지였던 '수사 역량 전문화'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대한 회의론을 증폭시키고 있다.

수사 기능을 담당할 중수청에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검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향후 중대범죄 수사의 공백이나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전문 인력 유출과 수사 기능 약화의 문제점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설문조사의 응답률은 44.45퍼센트(%)다.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러한 인력 구성 문제는 중수청의 효율적인 운영과 사법 정의 실현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검찰 구성원들의 희망 근무 기관을 고려한 합리적인 인력 배치와 동기 부여 방안 마련 없이는 중수청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신설되는 중수청의 인력 구성 방안에 대한 재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