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지난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발표한 군비통제 백서에서 그동안 전통적으로 언급해온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를 생략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 핵무장을 사실상 인정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보도됐다.

이번 중국의 입장 변화는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시사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 中 군비백서 '한반도 비핵화' 생략... 책임 회피, 북핵 묵인 의혹 증폭

중국 국무원이 지난 11월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는 2005년 '중국의 군비 통제 및 군축' 백서를 업데이트한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 관련 서술이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과거 백서에 명시되었던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이번 백서에서는 아예 빠졌다.

'핵 비확산' 부문에서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고 했으나, '비핵화'라는 핵심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이 올해 5월 발표한 '신시대 중국 국가 안전(안보)' 백서나 2017년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협력 정책' 백서에서도 '비핵화' 관련 내용이 들어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지난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자오퉁 선임연구원 "美 견제 위한 북한 핵무력 활용 의도"... 中 전략적 재조정 분석

중국이 이번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생략한 것을 두고 자오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SCMP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우선시함에 따라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암묵적으로 용인'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자오퉁 선임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언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사실상 핵무장한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오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이 공식 성명과 정책문서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에서 "분명하게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거듭된 압박 속에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북중 관계를 반복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던 핵문제를 내려놓으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우선시하는 "더 광범위한 재조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오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을 가까이에 붙잡아 두고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북핵 확산 억제를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북한 김정은(우).사진-연합뉴스


◆ 북중 밀착 강화 속 '비핵화' 침묵... 한미 확장억제 강화 정당성 역설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 실종은 최근 북한과 중국의 밀착 강화와 맞물려 더욱 심각하게 해석된다.

지난 9월 북한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 결과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없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총 다섯 차례 열렸던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관련 내용이 빠지지 않았던 것과 대조된다.

이는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중국이 사실상 묵인하거나 방기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중국의 입장 변화가 미국이 한국, 일본과 함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미묘한 항의"이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우회적으로 피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표명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남북한 모두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중국의 시각을 이번 백서가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을 포함한 한미일 동맹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자체적인 안보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할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