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오르는 물가
지난 2일 서울 한 주유소에 기름값 안내판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11월까지 석유류 물가는 삼 년 만에 상승세를 나타내며 서민 생계비 부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새해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석유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퍼센트(%) 상승했다. 이는 삼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석유류 물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3.7 퍼센트(%) 급등한 후, 2023년 -11.6 퍼센트(%p)와 2024년 -1.3 퍼센트(%p)로 이 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상승으로 전환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1.7 퍼센트(%) 올랐다.
휘발유 물가는 2022년 15.3 퍼센트(%)에서 2023년 -10.2 퍼센트(%p)로 하락 전환했으며 2024년 -0.1 퍼센트(%p)까지 내림세를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상승했다.
경유 물가 또한 2023년 -15.2 퍼센트(%p)와 2024년 -3.8 퍼센트(%p)의 하락세에서 올해 2.7 퍼센트(%) 상승으로 돌아섰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Liquefied Petroleum Gas) 물가는 5.8 퍼센트(%)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7 퍼센트(%) 상승에 이어 이 년째 오름세이며, 상승률도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는 원화 대비 달러 환율 상승세와 유류세 인하의 단계적 축소를 최근 석유류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래픽] 유류세 한시적 인하 연장·인하율 조정
지난 10월 말 종료되는 유류세 한시인하 조치가 연말까지 2개월 더 연장된다. 다만 인하율은 소폭 축소된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1월 1일부터 휘발유 인하율을 기존 10 퍼센트(%)에서 7 퍼센트(%)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Liquefied Petroleum Gas) 부탄 인하율은 15 퍼센트(%)에서 10 퍼센트(%)로 조정했다.
이러한 조정은 리터(ℓ)당 휘발유 가격을 약 25원, 경유 가격을 약 29원 인상하는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2월 첫째 주(11월 30일∼12월 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주간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ℓ)당 1.7원 상승한 1천746.7원을 기록했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2.5원 오른 1천662.9원을 기록하며,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육 주 연속 동반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는 생계, 물류 및 운송, 서비스업 전반과 직결된 생활 필수 품목으로 꼽힌다.
석유류 가격은 소비자물가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1천에서 휘발유는 24.1, 경유는 16.3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보인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과 재정 여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부는 새해 유류세 정책 기조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유가, 환율, 물가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르면 이달 중순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유류세는 2021년 말 이후 18차례에 걸쳐 한시적 인하 상태를 유지해왔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이 개월 더 연장하면서 인하율을 일부 축소하는 '단계적 환원' 방식을 택했지만, 최근 1천400원대 후반의 고환율이 고착하고 국제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새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전면 종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인하 조치 종료 직후 일시에 오를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가 현재의 인하 조치를 추가로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시장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정부 정책으로 오랜 기간 억제되어 왔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