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 필리버스터 충돌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13분 만에 강제 중단시키면서 여야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우 의장은 국회법 145조 회의 질서 유지 조항을 근거로 마이크를 강제로 끄며 회의 진행을 제지했으며,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제2의 추미애"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4시 26분께 가맹사업법 개정안 상정을 계기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선 나경원 의원은 별다른 인사 없이 곧바로 "사법파괴 5대 악법, 입틀막 3대 악법을 철회해달라.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달라"며 여당을 향한 비판 발언을 시작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 의원에게 "의제에 맞는 발언을 하라"고 경고했지만, 나 의원은 "여러분이야말로 국회를 깔고 앉아서 입법 독재를 하는,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입법 내란세력"이라고 응수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결국 우 의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오후 4시 39분께 나 의원의 마이크 전원을 끄도록 지시했다.
우 의장은 "저는 아주 의회주의자"라며 "지금 나 의원의 태도는 사회자를 무시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나왔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는 가운데 나 의원의 토론 범위, 무선 마이크 사용 등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도록 조치하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 의장의 마이크 중단 조치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격렬히 반발했다.
유상범, 강민국, 박준태 의원 등은 "국회의장이면 다냐", "마이크를 켜 달라"고 외쳤으며, 김은혜, 곽규택 의원 등은 "우미애(우원식과 추미애의 합성어)", "제2의 추미애"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와 함께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 실시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본회의장 내부에 배포하자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은 "불법 유인물을 회수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후 오후 4시 57분께 나 의원의 마이크에 다시 전원이 들어왔으나, 공개 발언은 오래가지 못했다. 11분이 지난 오후 5시 8분께 마이크는 다시 꺼졌고, 나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채 '생목'으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곽규택 원내대변인이 무선마이크를 갖다 줬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개인 방송국이냐", "빠루나 들고 오세요"라며 격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우 의장은 의장석에서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 상황을 지켜보다 나 의원에게 "누가 마이크를 갖다 줬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 필리버스터 충돌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결국 오후 5시 40분께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무선 마이크를 수거해갔으며, 발언대의 마이크는 전원이 꺼진 지 1시간 1분 만인 오후 6시 9분께 다시 켜졌다.
우 의장이 허가 없는 무선 마이크 반입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나 의원은 "의장께서 이렇게 진행하시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계속되는 고성으로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우 의장은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오후 6시 19분 본회의 정회를 선포했다.
곽규택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법률과 규정을 무시한 국회의장의 폭거"라며, "우 의장이야말로 국회선진화법 위반을 행하는 상황이며,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회의를 진행한 의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금 본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건 우 의장"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