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 현판식, 발언하는 민중기 특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에서 촉발된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지원 의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특검팀이 해당 의혹을 처음 인지하고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지 약 4개월 만에 이루어진 조치로, 최근 일고 있는 '편파 수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뒤늦은 수습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9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특검팀은 고발인 측에 경찰 이첩 결정을 취소하고 특검팀에서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입건 전 조사) 사건을 오늘 오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사건은 특검팀이 지난 8월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에서 비롯됐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특검팀에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에게 각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도 2022년 2월 교단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 장관 4명에게 접근했으며 이 중 2명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만났다고 주장하며, 수사 당시 제출했던 '국회의원 리스트'가 증거기록에서 빠진 점에 대해 특검팀에 따져 묻기도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그의 배우자 컴퓨터 압수수색 과정에서 2022년 1월 22일 생성된 '브이아이피(VIP, Very Important Person) 선물' 문건을 확보했는데, 이 문건에는 여야 정치인 7명의 이름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특검팀이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지원 정황을 포착하고도 국민의힘에 대한 불법 후원 혐의만 수사했다는 '편파 수사'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실제로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는 국민의힘과 권성동 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적용하여 재판에 넘겼으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강제수사나 소환조사,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영호 씨로부터 지난 8월(월) 관련 진술을 들었음을 시인하면서도, 해당 사안이 법률상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을 다루는 특검법 취지를 고려할 때, 이 사안은 발생 시점이 20대 대선 훨씬 전이며 김 여사와도 무관하여 인적·물적·시간상으로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특검팀의 입장이다.
또한,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직무유기 지적까지 나오자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 진술에 대해 지난달 초순에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했으며 관련 기록을 다른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수사 중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 모 씨의 개인 뇌물 혐의를 인지해 구속 기소한 사건이나,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를 김 여사와 무관한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긴 사건 등, 특검팀이 그간 수사하여 재판에 넘긴 사안 중 김 여사와 무관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해명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을 즉시 경찰이나 검찰에 넘기지 않고 '편파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이첩하는 것은 '늑장 대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사건을 '뭉개는' 동안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만 흘러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고려하면 2018년에 발생한 금품 수수 사건은 올해 말로 시효가 만료되어 관련자 처벌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