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항해 경로.사진=방위성 통합막료감부 보도자료 캡처/연합뉴스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이례적으로 일본 본토에 근접하여 무력시위를 펼쳤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군과 자위대가 대만 개입을 위해 지나야 하는 주요 경로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홍콩 명보는 일본 방위성이 앞서 공개한 중국 항모 랴오닝함 전단의 5일(일)부터 7일(화)까지의 이동 경로가 과거와 달리 일본 본섬인 혼슈에 가까워졌다고 9일 보도했다.

◆ 랴오닝함, 일본 본토 이례적 근접 기동…오키나와 'ㄷ'자 봉쇄

과거 인민해방군 항모 전단은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섬(沖繩本島) 남서쪽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지난 뒤 서태평양으로 바로 진입해 훈련을 지속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랴오닝함 전단이 이례적으로 방향을 틀면서 항모 전단과 일본 본섬과의 거리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랴오닝함 전단은 지난 5일 동중국해에서 출발해 오키나와섬 남서쪽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난 뒤 오키나와섬 동쪽과 미나미다이토지마(南大東島) 사이를 통과하여 7일(화)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喜界島) 동쪽 약 190킬로미터(Km) 해역까지 진출했다.

이는 오키나와섬을 'ㄷ'자 형태로 에워싸듯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명보는 "북쪽으로 계속 밀고 나갈 경우 랴오닝함은 일본 본섬을 둘러싸는 원형의 항적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일본 방위성이 지난 8일 배포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사진. 방위성은 해당 사진의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 대만 유사시 미·일 개입 경로 압박…전략적 의도 분석

홍콩 명보는 본토의 1인 미디어를 인용하여 "오키나와 동남쪽 해역은 요코스카 기지에 주둔한 미국 항모 전단과 혼슈에서 출항하는 자위대 함정이 남하해 대만해협에 개입하려 할 경우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중요 길목"이라고 전했다.

랴오닝함과 055형 구축함 난창함, 052디(D)형 구축함 시닝함 등 중국 주력 함정이 해당 해역을 훈련구역으로 선택한 것은 "상대방의 중요 길목을 막아선 것과 같으며, 그 어떤 외교적 항의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일본이 진짜 압박을 체감하게 만든다"고 명보는 분석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 Central News Agency)도 일본 자위대 퇴역 간부가 8일(수)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인용해 "미군과 자위대가 항행경보를 발령한 훈련 해공역에 중국군이 고의로 진입해 항모 이착륙 훈련을 실시, 미군과 자위대 훈련을 방해하고 도발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오키나와 해역 중국 항공모함 항해 경로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레이더로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일본이 발표한 가운데 오키나와현 동쪽 섬들 사이에서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의 이착륙이 처음 확인됐다고 NHK가 8일 보도했다. 앞서 방위성은 지난 6일 오후 중국군 J-15 함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레이더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함재기 100회 이착륙·레이더 조사…중일 공방 격화

랴오닝함 전단이 오키나와 동쪽 섬들 사이를 지나던 6일(월)부터 7일(화)까지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랴오닝함에서 약 100차례 이착륙하는 무력시위가 펼쳐졌다.

또한 6일에는 중국군 함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를 한 것으로 일본 방위성은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과 일본은 서로 상대가 먼저 방해 및 위협 행위를 했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 Nippon Hōsō Kyōkai)는 9일 두 차례에 걸쳐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레이더 조사 당시 중국군 함재기와 일본 자위대 전투기 사이의 거리는 각각 52킬로미터(Km)와 148킬로미터(Km)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은 당시 상황과 중국군의 의도 등에 대해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레이더 조사를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 측은 "정상적인 운영"이라는 입장으로 맞서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