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북한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령을 받아 현역 장교를 포섭하고 군사기밀 유출을 시도한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자에게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42)씨에 대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 2021년 7월 텔레그램 활동명 보리스로 알려진 북한 해커로부터 현역 장교 포섭 지령을 받고 대위 김 모(33)씨에게 접근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김씨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며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군 기밀을 유출하도록 했다.

이씨는 보리스 지령에 따라 김씨에게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보내 군부대 반입을 유도했다.

또 미국산 해킹 장비인 포이즌 탭(Poison Tap) 부품을 노트북에 연결해 해커가 원격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이씨와 보리스에게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로그인 자료 등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실제 해킹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씨는 다른 현역 장교에게도 군 조직도 제공 대가로 금품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범행 대가로 이씨는 7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김씨는 4천800만원 상당을 각각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받은 비트코인 출처와 지령 내용을 종합해 보리스가 북한 공작원임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를 위해 군사기밀을 탐지하려 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알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적 경제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군사기밀 탐지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

검사와 이씨 모두 항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죄 실행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5천만원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