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국민의힘은 28일 자당 소속 이혜훈 전 국회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되자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여 이 전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현 정권에 합류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당헌·당규에 따라 이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휴일에 발생한 긴급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서면으로 안건을 상정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유선으로 찬반 여부를 물어 가결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이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 참여하는 등 당무 행위를 지속한 것을 두고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로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직을 정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인선과 관련하여 사전에 당에 보고된 바가 전혀 없다"고 확인했다.
당내에서는 이혜훈 전 의원의 '전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하여 17대, 18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이 당적과 당협위원장 자리조차 정리하지 않은 채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배현진 국회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국민의힘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 의원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의 신뢰와 기대를 처참히 짓밟으며 이재명 정부에 거리낌 없이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배 국회의원은 이 지명자의 행보를 두고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주진우 국회의원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 명의로 내건 '민주당의 내란 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게시하며 "보수의 변절은 유죄"라고 썼다.
당내 커뮤니티에서는 이 전 의원이 올해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진이 회자되며 더욱 논란이 증폭됐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단은 성명을 통해 "이 후보자는 오는 29일 중구성동 당원 연수회를 위해 며칠 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축사를 부탁했다"며 "인사 검증이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극명한 이중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엄 옹호, 윤 어게인'하는 사람을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혜훈 전 의원도 논란을 예상한 듯 지명 발표 직후 지인들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청문회 걱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후 지명 사실이 공개된 후 자신의 정치활동을 소개하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전체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 서울 중구·성동구을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지명 사실이 공개된 이날 오후까지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권 주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여 국가미래전략특위 위원장으로 일했으며, 2024년 대선 국면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