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마두로.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음을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지난해 6월 이란 지하핵시설 공습에 이은 두 번째 직접적인 해외 군사개입으로, 그의 대외정책인 이른바 '돈로주의'가 본격적으로 구현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여 마두로 대통령을 국외로 이송했다고 발표하면서, 중남미 정세는 물론 국제 사회 전체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 미국의 단계적 압박과 전면 공습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트렌데아라과(TdA, Tren de Aragua) 등 베네수엘라 카르텔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지시하는 등 대대적인 압박 작전을 펼쳐왔다.

최근 들어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들을 대상으로 작전을 벌여 1백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기 위해 카리브 해역에 해군 함정과 병력을 급파했고, 9월 이후 카리브해 일대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30여 차례 공격해 1백명 이상을 사살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에는 베네수엘라 해안의 항만시설에 무인기(드론)까지 보내 타격하며 육상 시설로 표적을 확대했다.

이런 해상 작전과 더불어 미국은 베네수엘라 해상 봉쇄, 유조선 나포 등 경제적 제재에도 집중했으나, 마두로 정권이 강한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결사 항전을 다짐하며 맞서자 결국 수도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공식 지정했으며,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영토 공격을 언급했고, 29일 베네수엘라 해안 항만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마두로의 집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하며 정권 전복 가능성과 관련해 "지상은 훨씬 쉽다"고 언급하는 등 지상 작전 시나리오를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통해 마두로를 체포해 베네수엘라 밖으로 이송 중이라고 밝히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연기 피어오르는 카라카스의 라 카를로타 공항.사진=연합뉴스


◆ 중남미 패권 확립 위한 '돈로주의' 신호탄

미국의 이번 카라카스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대외정책인 '돈로주의'가 본격적으로 구현되는 첫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대륙)는 내 구역'이라고 주장하는 신(新)먼로주의 노선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명명된 '돈로주의'는 1800년대 유럽 갈등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고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국익에 집중했던 먼로주의의 '확장·개정판'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다분히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은 파나마를 비롯해 천연자원의 보고인 베네수엘라, 미국의 '턱밑'인 쿠바 등 중남미 여러 나라에 차관·원조와 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따라서 이날 미국이 수도 카라카스 등 베네수엘라 영토를 전격 공습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것은 이런 돈로주의를 본격적으로 집행하겠다는 대내외적 시그널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하며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은 훔친 유전에서 나온 석유를 이용해 정권 유지와 마약 테러리즘, 인신매매, 살인, 납치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는 과거 우고 차베스 정권이 엑손모빌 등 서구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개발한 유전을 국유화한 뒤 정권의 자금줄로 활용해온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주변의 경비병들.사진=연합뉴스


◆ 국제법 위반 논란과 국내외 파장

다만 미국의 이번 공습은 향후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습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이 자국 영토와 국민을 공격했다고 비난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사무총장, 기타 국제기구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와 쿠바, 이란 등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국가에서도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미사일로 타격한 뒤 생존자들을 상대로 2차 공격을 했다가 국내외에서 전쟁범죄라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와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나오고 미군 사상자까지 발생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국내 여론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