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주된 취업활동 시간은 지난 10년간 평일 기준 약 20퍼센트(%)가량 줄어든 반면,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제 시간은 2배에서 3배까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28일 발표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경희 선임 연구원 등 연구진은 '제27차(2024년) 한국노동패널조사'(응답 가구 5천894곳 및 가구원 1만1천935명 대상) 결과를 분석한 '제27차년도 한국 가구와 개인의 경제활동'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밝혔다.
한국인의 생활 패턴이 과거의 '노동 중심 구조'에서 점차 '여가·가족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국민의 하루는 크게 수면, 취업 활동, 여가 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평일과 주말의 시간 활용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평일에는 근로와 통근을 포함한 일자리 관련 활동이 하루 중 상당 부분인 약 4.85시간을 차지한 반면, 주말에는 일자리 활동 비중이 급격히 줄고 여가 및 교제 활동 시간이 대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일요일의 여가 활동 시간은 333.7분, 즉 약 5.6시간으로 평일 대비 약 1.4배 확대되어, 주중의 제한된 여가를 주말에 보충하는 생활 패턴이 관찰되었다.
또한, 수면 시간은 평일보다 주말에 평균 20분에서 40분 더 길게 나타났는데, 이는 노동으로 인한 피로 회복과 휴식 수요가 주말에 집중되는 '회복적 수면 패턴'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연구진이 2014년에 진행된 17차 조사 결과와 이번 27차 조사 결과를 비교하여 지난 10년간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시간 사용 변화를 살펴본 결과, 노동 시간 감소와 여가 및 교제 활동 확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취업 활동 시간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 특히 평일 기준 주된 취업 활동 시간은 320.2분(5.3시간)에서 257.5분(4.3시간)으로 1시간(약 20퍼센트(%)) 줄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노동 시간 감소가 근로 시간 단축 정책의 점진적인 정착, 주 5일제의 보편화, 그리고 사회 전반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의식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교제 활동 시간은 평일 기준 35분에서 102.2분으로, 일요일 기준 79.1분에서 167.1분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가족 및 친지와의 교제 시간 확대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 이후 가족 중심의 생활 방식이 강화된 사회적 변화를 일정 부분 반영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자녀 돌봄 및 가사 활동 시간은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가족 내 무급 노동 부담이 여전히 완화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성별 분석 결과를 보면 여전히 여성은 가사 및 자녀 돌봄 활동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남성은 취업 활동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성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남성의 가사 및 돌봄 참여는 소폭 증가했고, 여성의 취업 활동 감소 폭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등 성 역할 분업 구조가 완만하게나마 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청년층은 여가와 관계 중심으로, 중장년층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고령층은 휴식과 가족 중심으로 생활 패턴이 전환되는 생애 주기적 특성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또한 보고서는 가구의 가계 경제와 임금 근로자 특성도 분석했다.
2024년 가구별 명목 연간 총소득은 6천116만원(월평균 약 510만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증가했으나, 실질 소득으로 환산하면 5천48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0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생활비는 전년보다 3만원 증가한 277만원이었으며, 저축을 조금이라도 하는 가구의 비중은 69.9퍼센트(%)였고 월평균 저축액은 77만3천원이었다.
임금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319만6천원으로, 여성(241만9천원)이 남성(369만6천원)의 66.1퍼센트(%)에 불과해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비중이나 비경제 활동 상태로 이행할 가능성 등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취업 지속 가능성은 여성이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