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 영향으로 대구 남구 앞산 카페거리 공영주차장에서 열리던 '2022 대구 핼러윈축제'가 30일 취소됐다. 사진은 행사장 앞에 설치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 애도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밤, 이태원 지역에서 발생한 할로윈 참사에 대해 애도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달려가 한 명의 피해자라도 구하기위해 전력을 다한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달리 접근할 필요 없이, 군중심리가 그 핵심에 있고 안전사고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고로 집단의 심리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고는 우리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를 직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할로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되어야 한다. 2월 14일의 발렌타인 데이는 대부분의 젊은 남녀들이 필히 알고 있는 날이고, 우리의 추석에 해당되는 '추수감사절'도 기념하긴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심지어는 빼빼로 데이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상업적 집단심리를 이용한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할로윈 축제가 유행한지는 얼마되지 않는다. 부유촌 지역의 유아원, 유치원 등에서 서양의 문화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번져 나갔다. 보시다시피 아이들을 위한 축제인데, 빈부 간의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사라졌다. 하지만 서양과 일본 등지에서 도입된 코스플레이 문화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남녀 청년층 사이에서 급작스럽게 퍼져 나가게 되고 K-문화가 세계적 집중을 받으면서 각종 페스티벌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한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부근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사고의 배경은 MZ세대의 억압된 감정, 장기간의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활동 제한이 그 한계점의 도달한 것에 있다. 고로 우리 젊은층들의 건전한 스트레스 발산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할로윈이 문제였는지, 이태원의 좁은 골목이 문제였는지, 질서의식이 문제였는지 알 방법이 없다. 먼저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에 대해 알아보자. 이는 할로우(hallow) 와 이븐(even)의 합성어인데, 할로우는 '성인, 성자'이고 이븐은 '빠짐없이 모든'을 의미하므로, 모든 성자들을 기념하는 날이 '할로원 데이'인 것이다.
발렌타인데이도 마찬가지로 성 발렌타인을 기리는 날로써, 성패트릭스 데이 등 기독교적 영향을 받은 기념일들이 많다. 서양의 대문호인 세익스피어의 작품인 '헨리 5세' 4막3장에 등장하는 서기 1415년의 아쟁쿠르(Agincourt) 전투에 앞서 영국 군대의 독전을 촉구하는 영국왕의 연설이 유명한데, 연설의 별칭이 '성 크리스핀'의 날의 연설이다. 대단한 성인일듯 한데, 신발 만드는 사람들의 성자이다. 이처럼 종교적 영향을 2천년 간 받아온 서구에서는 기독교 성인들을 기념하는 날이 많다.
종교적 억압이 심하고 숭고함을 강조하던 14~15세기 사이에 이러한 축일들이 국가적 행사로 활발하게 자리잡게 되는데, 흑사병 대재앙을 겪은 사람들이 다양한 성인들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엄숙했던 기념일들은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즐기는 축제분위기의 행사로 변질되게 되고, 이를 돈 벌이에 이용하려는 상업적 요소가 깊이 개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할로윈의 기원은 분분하지만,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신약성경의 누가복음 10장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예수님의 70인 제자들의 파송에 관련된 것인데, 여기에서 할로윈의 트레이드마크인 "대접해 줄래? 아니면 나한테 골탕먹을래? (Treat or Trick)"라는 퍼포먼스를 발견할 수 있다. 요상한 복장을 하고 동네 이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사탕이나 과자 등을 얻어먹는 아이들의 귀여운 짓거리를 마지못해 받아주는 것이다.
원래의 할로윈 날은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사고가 난 날은 29일임을 감안해야 하고, 정부와 경찰은 나름대로 이 날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근거는 모임의 장소가 이태원으로 추측되었고, 특히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불법마약 또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파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중국에서 생산되어 유입되는 '엑스터시' '야반' 등의 암페타민 마약이 유명 사탕, 젤리, 과자의 형태로 가면을 쓰고 시중에 반입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할로윈 날은 사탕과 과자를 나누는 달콤한 날이라고 했다. 또한, 대접이나 치유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저주를 받을 것인지를 묻는 날이라고 했다. 한 명의 성인도 아닌 '모든 성인들'을 축원하는 시점에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최성환 논설위원/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