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의사들이 간혹 보이고, 그중에는 제 글을 읽는 분도 있을지 몰라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몇 가지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AI가 만든 이미지
첫째 유전공학은 엄연히 의학과 다른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학문 중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도 있지만,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학만큼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의학은 인간의 건강을 지향하는 학문입니다. 여기서 인간이라 함은 인종, 연령, 성별, 빈부, 종교, 정치, 지위, 이념을 불문한 모든 인간을 뜻합니다. 또한 육체뿐 아니라 영혼을 포함합니다. 의학의 목적은 이렇게 분명합니다.
반면 유전공학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며 목적은 개조와 개량에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공학은 파고들수록 ‘우생학’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을 개량과 개조가 필요한 열등한 존재로 인식할 뿐 아니라, 인간의 진화에 인간 스스로 관여를 해야 한다는 저의를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전공학은 유전자 즉 ‘물질’을 연구할 뿐이며, ‘관념과 영혼’은 유전자의 작용이나 산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따라서 유전공학은 유물론에 입각한 학문이며 이는 순수과학이라기보다는 정치과학, 사회 과학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DNA에서 RNA가 전사되고 RNA는 단백질을 만든다.’가 생물학의 중심 도그마라고 합니다만, 이 문장은 유전공학이라는 작은 세계에서나 통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의학의 중심 도그마가 될 수 없습니다. mRNA 유전자 백신이 코로나 예방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음은 이 도그마가 인간이라는 하나의 우주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함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유전공학을 의학이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 팬데믹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본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착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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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병에 걸리거나 회복되는데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질병으로 발전하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요인이 작용하며 그중 대부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격리하고, 감시와 추적을 한다고 감염을 막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더욱 확실하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방역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인간의 무지, 공포, 군중심리, 정치 경제적 이기심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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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인간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제 의협 주관 온라인 학술대회에 참석하였더니 한 연자(演者, 강연자)가 논문을 근거로 하여 바이러스가 말할 때, 기침할 때 대기 중에 퍼지는 거리가 다르며 그에 따라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더불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감염예방에 중요하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 연자가 어느 논문을 인용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논문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다면 다음에도 같은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신뢰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재현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변수가 생길 여지가 너무 많고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거리는 바람 속도, 풍향, 온도, 습도, 위도, 바이러스의 양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 대상자인 개인의 생활 습관 (손 씻기, 목욕하기 등등), 체격, 체력, 몸무게, 나이, 성별에 따라 감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마스크 효과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결과가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안타깝고 속상한 것은 마스크를 온 국민이 4년 동안 착용했음에도 인구당 확진자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 마스크가 아무 효과가 없었음을 경험했음에도 자신의 경험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논문을 더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순영 칼럼리스트 / 가정의학과 전문의·코로나진실규명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