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 합리화하면 못 할 일이 없다.
‘코로나 백신이 코로나를 예방하지 못하더라도 중증화를 예방하기 때문에 맞아야 한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돌파 감염 때문이다.’라는 말은 대표적인 백신 합리화다. 며칠 전에 출근길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이런 백신 광고 방송까지 들은 적이 있다. ‘변이가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최신 백신으로 예방하세요.’
합리화에도 비합리적 합리화가 있고 합리적 합리화가 있다. 이 광고 카피(문구)는 꽤나 합리적인 합리화다. 코로나바이러스같이 매우 불안정한 RNA 바이러스는 변이를 많이 일으킨다. 특히 인체 세포막의 ACE 수용체와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과 부착 부위인 RBD(receptor binding domain) 영역에 변이가 일어나면 코로나 백신은 무용지물에 가깝게 된다. 따라서 이 광고 카피는 어떻게 보면 백신이 효과가 없음을 자백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니라도 생각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이 광고를 통해 아무리 최신 백신을 맞아도 다른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RNA 백신 개발 레이스는 영원히 바이러스의 뒤만 쫓는 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광고 카피는 의학을 좀 아는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중증화 예방이나 돌파 감염과 같은 백신 합리화 중 하나이다.
'가다실9' 광고 한장면. (사진=인터넷 캡처)
가다실(자궁경부암 백신) 광고에는 젊고 잘생긴 남자가 여성을 지켜준다는 내용이 반복되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비합리적 합리화 광고다. 대중의 이성에 호소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여 이성을 마비시킨다. 광고에 가다실의 효과, 성분, 부작용 즉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 반복되어 마치 아편이나 최면처럼 대중 특히 여성의 비판적 능력을 무디게 만들거나 제거한다. 젊고 잘생긴 남자와 사귀는 환상을 불러일으켜 감미로운 만족을 주지만 자신은 외롭고 별 볼 일 없는 여성이라는 무력감도 불러일으킨다. 광고를 반복해 시청한 여성은 무의식중에 가다실이라도 맞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어떤 환자는 한 의원을 찾았다가, 온 김에 요새 다들 백신을 맞으니, 환자분도 맞아야 한다고 의사가 권유해서 코로나 백신, 독감 백신, 대상포진 백신을 한꺼번에 맞았고, 한꺼번에 세 개를 맞았으니,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고 하여 영양 수액제까지 맞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의원에 지불한 돈이 20만 원이 넘었단다. 실은 돈을 벌기 위해서면서 다른 사람 다 맞는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고 의사가 합리화한 것이다.
AI가 만든 이미지
화이자 CEO 알버트 불라는 21년 12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합리화 하였다. ‘저희들은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직원이 우선 접종한다는 규정을 염두에 두고 순서를 어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저희들이라는 말로 화이자 직원 상당수가 접종을 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는 백신 패스가 여러 나라에서 시행중이어서 의료진, 요양원 거주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는 시기였다.
합리화의 본질은 비합리에 있다.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합리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득을 부당하게 취할 때 느끼는 가책, 상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합리화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합리화가 타인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합리화는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앙금처럼 남아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전 제가 한 행동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전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해치려고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그곳에 있었지요.” 이 말은 트레블링카 유대인 절멸수용소의 소장이었던 프란츠 슈탕글이 2차 세계대전 전범 재판정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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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영 칼럼리스트 / 가정의학과 전문의·코로나진실규명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