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 펼쳐든 북한 대표단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이 북한 인공기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제47차 회의에서 북한이 신청한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5월 등재를 권고하며 금강산의 독특한 지형, 경관, 불교 유적, 순례 전통, 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북한 대표단은 등재 확정 후 인공기를 펼치며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한은 금강산 보존을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할 의지를 내비쳤다.
금강산의 가을 풍경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 10월 24일 방영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붉게 물든 금강산의 가을풍경.사진=연합뉴스
금강산은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1천638m 비로봉을 중심으로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뉜다.
수많은 봉우리, 기암괴석, 폭포, 연못이 어우러지며 태백산맥 북부의 강원도 회양군, 통천군, 고성군에 걸쳐 있다.
다양한 식물 종이 서식하는 생태·자연 자원의 보고로, 철마다 색다른 풍광을 뽐낸다.
동요 ‘금강산’ 가사(“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는 그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죽기 전 금강산을 올라야 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민간신앙”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금강산, 북한의 3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금강산'이 소개되고 있다. 금강산은 이날 북한의 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사진=연합뉴스
금강산은 예부터 사대부와 문인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려 후기 문인 이곡(1298~1351년)은 1349년 금강산과 동해안을 유람하며 기행문 ‘동유기’(東遊記)를 남겼다.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1536~1584년)는 19세에 금강산을 방문해 3천자 분량의 시 ‘풍악행’(楓岳行)을 지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비로봉, 만폭동 계곡, 기암괴석을 국보 ‘정선 필 금강전도’에 담았다.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금강산사대찰전도’(金剛山四大刹全圖)는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 등 주요 사찰과 수려한 경관을 생생히 묘사한다.
이코모스는 금강산의 불교 유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유네스코 본부 회의실의 '북한' 명패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회의실의 북한 대표단 자리. 사진은 12일(현지시간) 회의 시작 전 촬영한 것.사진=연합뉴스
경관 고고학 전문가 최종희 배재대 교수는 “금강산은 유럽 귀족의 ‘그랜드 투어’처럼 사대부와 문인에게 필수 순례지였다”며 “빼어난 풍광과 예술적 영감을 주는 문화의 산실로 등재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금강산은 2021년 신청 후 코로나19로 평가가 지연됐으나, 4년 만에 북한의 3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와 인류무형문화유산 5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등재는 한반도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