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후보.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휴일인 17일 2차 TV 토론회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특검 수사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당 분열을 초래한 특검 수사에 일부 후보들이 동조한다며 공세를 폈고, '찬탄'(탄핵 찬성)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계엄·탄핵에 미온적인 후보들에게 과거와 절연하라고 요구했다.

◆ 특검 수사 및 당원 명부 공방

토론회는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두고 후보들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이 됐다.

김문수 후보는 조경태 후보를 향해 "범죄 혐의 하나 없는데, 500만 당원 명부를 내놓으라는 것은 폭거와 만행"이라며 "지금 투쟁해야지 협의할 게 아니다. 불법과 협의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죽어도 특검이 요구하는 당원 명부를 못 내주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현재 그가 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며 당원명부 압수수색을 저지하는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조경태 후보는 "제1야당(더불어민주당)을 침탈하는 행위는 막아야 하지만 원인 제공자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인물"이라며 "당원 명부를 지켜야 하지만, 범죄 혐의가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적극적으로 특검(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동혁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특검이 통과되면 무도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찬성표를 던졌다"며 특검 찬성 이유를 따져 물었다.

안 후보는 "빨리 털어야 한다"며 "털 수 있을 때 털어야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게 놔두되, 당사 압수수색과 당원명부를 (특검이)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하며 '선거 영향'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후보.사진=연합뉴스


◆ '계엄 옹호' 논란 재점화

김문수 후보가 과거 유튜브와 TV 토론회에서 '계엄으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계엄 옹호' 비판도 거세게 일었다.

안철수 후보는 "입법조사처 분석을 보면 비상계엄으로 국내총생산(GDP) 6조3천억 원이 사라졌고,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자영업자 90%가 매출이 급감했다"며 "미수는 범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경태 후보는 "음주운전을 했으면 응당 처벌받아야 하지, 다치지 않았다고 음주운전이 처벌 안 받나"라며 "비상계엄이 잘못됐으면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직격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계엄을 선택한 것이 제대로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전 국무위원과 감사원장까지 다 탄핵해서 국정을 운영할 수 없고 예산 삭감 만행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계엄 옹호를 버려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진정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경태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을 버려야 국민의힘이 산다"는 강도 높은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불법 비상계엄으로 국민에게 많은 고통과 피해를 주고 보수 가치를 버리고 국민을 배신한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한다. 계엄령을 계몽령이라는 전한길과 절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장동혁 후보는 "계몽령을 '계엄이 잘됐다'는 단어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장동혁 후보는 또한 특검 참고인 조사에 출석했던 조경태 후보를 향해 "계엄이 해제됐는데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우리 당을 해산하라는 빌미를 주고, (당을)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론과 반대로 탄핵에 찬성해 국민의힘을 이렇게 만든 분들, 내란이 안 끝났고 우리 당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고 하는 분들이 입장을 안 바꾸면 통합을 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후보.사진=연합뉴스


◆ 막판 표심 변수와 단일화 가능성

이날 토론회는 후보들이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허리 굽혀 인사하는 등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됐으나,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후보 단일화와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장동혁 후보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의 김문수-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 단일화 과정을 두고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김문수 후보는 "당이 하려던 것은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 교체다. 결국엔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궤변"(장 후보), "사실과 다른 정략적인 발언"(김 후보)이라는 상호 비판을 주고받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서울시장 자리에 공천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김문수 후보는 "과한 말씀인 걸 알지 않느냐"며 허탈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장동혁 후보는 '정치 입문 당시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가려고 했느냐'는 안철수 후보 질문에 "한 번도 당을 바꾼 적이 없다"며 "처음부터 세 후보는 계속해서 좌우로 오간 분들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역공했다.

또한 장동혁 후보는 조경태 후보가 지난 13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다른 후보 지지자들을 향해 삿대질 한 데 대해 사과 의사가 있는지 묻자 "원고 없이 연설했다. 그 과정에서 오해할 부분이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과 오는 19일 당 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연 뒤, 20일부터 21일까지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만약 결선 투표가 진행될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3일 방송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연 뒤 26일 당 대표를 최종 선출한다.

(제공=유튜브 '국민의힘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