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생산을 강력히 유도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 트럼프 대통령, '반도체 100% 관세' 전격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강력한 유인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의 구체적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전날 씨엔비씨(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 정도"(next week or so)에 품목별 관세를 더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대상 품목으로 반도체와 의약품을 언급한 바 있어 이르면 다음 주 반도체 관세 관련 발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오른쪽) 발표 듣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 및 무역 전선 확대 가능성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제품이어서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백6억 달러(약 14조7천억 원)를 기록했다.
명목상으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지만,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25%의 '2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러시아산 에너지 대규모 수입국인 중국에 2차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해 질문받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 무역 전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 애플 투자 유치 현장서 '미국 우선주의' 재천명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6천억 달러(약 8백32조 원)를 투자할 것임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는 애플이 당초 투자하려던 것보다 1천억 달러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 유치 현장에서 반도체 관세 부과를 언급한 것은 미국 내 제조업 육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