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美 군수지원함 MRO 완료
한화오션은 지난 3월 13일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정비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출항시켰다고 밝혔다. 사진은 월리 쉬라호의 정비 전(아래)과 후.사진=한화오션/연합뉴스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미 조선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민관이 미국의 관련 규제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미국의 자국 조선업 보호주의 법제가 해외 조선소의 해군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를 크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방위산업학회에 따르면 이소영 국방부 제2지역군사법원 군판사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미 함정 시장으로의 효과적 진출을 위한 미국의 함정 건조 및 MRO 관련법 분석'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은 최근 관세 협상 타결을 계기로 양국 간 조선 협력 가능성이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미국의 관련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미관세협상 마스가(MASGA) 모자
대통령실이 지난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마스가'는 이번 한미관세협상 때 조선 분야 협력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슬로건으로 한국협상단은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준비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10 U.S.C. 8679)'에 의해 해외 조선소에서의 미군 선박 건조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군을 위한 선박, 선체, 상부 구조의 주요 구성요소를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서는 안 되며, 하도급 업체를 통한 외국 조선소 계약도 금지한다고 명시한다.
국가 안보를 위한 대통령의 면제권이 예외 규정으로 존재하지만, 이는 전쟁이나 재난 등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판사는 "결국 현행 법제 하에서는 한국 조선소에서 미국 함정을 건조하도록 하는 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해외 MRO 또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미국연방법전 제10편 제8680조(10 U.S.C. 8680)'는 미국 또는 괌을 모항으로 하는 해군 함정은 해당 지역 외부의 조선소에서 정비, 수리 또는 유지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연안전투함(LCS)의 교정적·예방적 정비에 대한 예외 조항이 있으나, 그마저도 미국 정부·계약업체 직원이 MRO를 맡아야 하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외국 인력이 수행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사진=HD현대중공업/연합뉴스
실제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년간 미 해군 함정 MRO를 각각 3건, 1건 수주했는데, 이는 모두 일본이 모항인 미 7함대가 발주한 사업이었다.
이 판사는 "현행 법제 하에서 해외 조선소에서 수주가 가능한 것은 미국을 모항으로 하지 않는 함정의 MRO로 보인다"며 "즉, 외국 조선소에서는 (전체 296척 중) 200척이 넘는 대다수의 미국 함정 MRO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한국 등 동맹국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되었으나, 법안 통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판사는 "미국 조선업 관계자들은 함정 건조의 외주를 미국 조선산업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반대한다"면서 "오히려 미국 내 조선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를 주문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미국 내 법 개정을 위한 한국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결론이다.
이 판사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로비가 필요하다. 한국 조선업체가 미 함정 건조를 담당하는 것이 미국에도 유리하다고 어필해야 한다"며"미국 법령 전문가를 육성해 법안 단계별로 한국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조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를 향해서는 "미 함정 시장이 해외에 개방되면 일본, 인도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안 통과에 대비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일본은 7함대 정비 센터를 통해 MRO를 수주하고 있으며, 인도 조선소들은 재작년부터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