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받는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영토 교환'이 합의 조건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을 직접 전해 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당 조건이 관철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The New York Times)가 보도했다.
익명의 키이우(Kyiv) 주재 유럽 외교관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적대 행위를 멈추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영토 교환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다소 모호했던 '영토 교환' 제안이 이번 통화로 훨씬 명확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평화를 중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며, 합의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일대일로 만날 예정이라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이번 통화가 평화 협정으로 인해 러시아에 영토를 이양해야 할 수도 있으며, 푸틴에게 외교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우려를 현실화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줄곧 휴전 이후에 영토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고 러시아가 협상 조건을 좌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한 유럽 정상 20명 이상과 통화했으며, 전날에는 독일 총리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와 함께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화상회의에 참석하여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려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을 방문하여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영국 총리실은 두 정상이 논의할 내용에 대한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15일 예정된 미·러 회담과 휴전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외교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토 교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더욱 불이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영토 교환에 대해 "이는 3년 반 동안 싸워온 영토다. 아주 복잡하다"라며 "우리는 일부는 돌려받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다. 양측 모두에게 개선되도록 영토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반발하며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유럽 국가들에도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