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 하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사진=독립기념관/연합뉴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 관장이 특정 부분만 발췌하여 내용을 왜곡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역사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특히 그의 기념사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파면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치자, 김 관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며 진실 규명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독립기념관 등에 따르면 김 관장은 지난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시각에 대해 해방 이후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던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된 내용을 인용했다.
그러면서도 김 관장은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라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밝히며, 한국 민족의 자주적인 독립 노력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 민족은 세계가 주목하는 3.1운동으로 '자주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전개됐다"며,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임시정부의 외교 활동과 무장 항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국제적인 여론 환기를 강조했다.
특히 김 관장은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의거 직전에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를 소개하며,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돼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그는 "윤봉길이 조국 독립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두 아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했던 것처럼 역사의 이면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며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 다름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이제는 역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기념사 다음 날인 1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자가 독립기념관장이라니 전 세계가 비웃을 일"이라며 김 관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윤석열이 지명한 김형석이 한 일은 독립운동 부정이 전부다"라며, 작년 광복절에는 개관 후 첫 독립기념관 경축식을 취소했고, 올해는 경축사에서 항일 독립투쟁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매국을 방치한다면 누란의 위기 때 국민께 어떻게 국가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며 누가 헌신하겠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언론에 배포한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는 함석헌의 해석이 '항일 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라는 민족사적 시각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독립투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며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뒷부분은 모두 빼버린 채 '연합국의 승리로 광복이 됐다'는 인용 부분만 발췌해서 내용을 왜곡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봉길 의사의 유언 해석 논란에 대해서는 "24살의 젊은 청년 윤봉길이 조국 독립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두 아들은 과학자가 되길 소망했다'라고 소개해, 윤 의사의 독립 정신과 더불어 휴머니즘을 강조한 것"이라며 윤 의사의 유언을 폄훼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