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게레로에서 양귀비 작물 제거하는 장병들.사진=연합뉴스

악명 높은 멕시코 양대 마약 카르텔과 연계하여 미국 내 마약 불법 거래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장즈둥(Zhang Zhi Dong) 씨가 2년여간의 도피 끝에 쿠바에서 붙잡혔다.

그는 막대한 규모의 마약 밀매와 돈세탁에 연루되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적색 수배를 받아왔다.

멕시코 검찰과 시민안전보호부(SSPC, Seguridad y Protección Ciudadana)는 인터폴의 적색 수배 명단에 있던 중국 국적 장즈둥 씨의 신병 확보 사실을 쿠바 당국으로부터 22일(현지시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현지 언론인 레포르마와 엘우니베르살은 당국 설명을 인용하여 장즈둥 씨가 펜타닐, 코카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등을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밀매·운송·유통한 핵심 범죄자라고 전했다.

'브라더 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멕시코를 거점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날로아 카르텔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Cartel de Jalisco Nueva Generación)이라는 양대 마약 밀매 조직과 거래하며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날로아 카르텔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외국 테러 단체(FTO, Foreign Terrorist Organizations)로 지정된 바 있다.

미국 검찰 측 수사 내용에 따르면, 장즈둥 씨는 자기 부하들과 함께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펜타닐 유통 등에 관여하며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약 1백70여 개에 달하는 금융기관 계좌를 활용해 최소 약 2천만 달러(한화 약 286억원 상당)를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조지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2022년 10월 마약 밀매와 돈세탁 등 혐의로 장즈둥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그는 이후 약 2년간 은신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작년 10월 멕시코시티 틀랄판 지역 주택가에서 체포된 바 있다.

장즈둥 씨는 멕시코 법원 결정에 따라 멕시코시티에서 연금 생활을 하며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기다리던 중, 지난 7월 감시망을 뚫고 도주하여 자취를 감췄다.

그는 가짜 여권을 사용하여 러시아 입국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 쿠바로 향했다가 쿠바 당국에 의해 덜미를 잡히게 되었다.

멕시코 당국은 장즈둥 씨를 쿠바에서 송환한 후 미국으로 인도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