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국감에서 만난 오세훈 시장과 명태균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당초 예상되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직접적인 공방은 없었다.

오 시장이 다음 달로 예정된 특별검사팀 대질신문에 대비해 국감 질의에 대한 답변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양측 간의 날 선 설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 오세훈 시장, 특검 대비 전략… 답변 회피 속 불편한 진실 공방

오세훈 시장은 명태균 씨가 증인석에 앉은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답변을 요구하자 "수사기관에서 밝혀야 하므로 사실관계에 관한 답변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오 시장은 "대질신문에서 밝히고 싶은 게 많은데, 여기서 미리 제 밑천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하며 적극적인 방어 대신 법률적 전략을 택했음을 시사했다.

오 시장과 명태균 씨의 특검 대질신문은 다음 달 8일로 예정되어 있다. 다만, 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명씨로부터 언제 도움을 받았느냐"고 질의하자 오 시장은 "저 사람한테 도움받은 것 없다"고 일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채 의원이 다시 "명씨가 오세훈 시장이 살려달라고 울며 전화했다는데 거짓말이냐"고 묻자 오 시장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보라"고 되받았다.

증인석으로 향하는 명태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증인석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명태균, 오세훈 '위증' 주장하며 기존 의혹 반복 제기

명태균 씨 역시 이날 국감에서 "오늘 이야기를 다 하면 대질신문 때 (오 시장 측이) 다 맞춰오니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을 물어봐 달라"고 요청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자신이 오 시장과 총 7회 만났으며, 오 시장이 선거 기간 중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또한, 앞서 오 시장이 "도움받은 게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위증하셨다"고 즉각 반박하며 날을 세웠다.

명태균 씨는 이 과정에서 의원들을 향해 "감당이 안 될 인신 모독성 질문을 하지 말라. 내가 다 까발리겠다"고 고성을 지르며 여야 의원들을 향해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 국감 변질 논란 속 여야 공방 가열… "국민이 판단할 것"

명태균 씨가 퇴장한 국감 말미에 오세훈 시장은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명씨가 본인도 모르게 여러 차례 김종인, 지상욱 쪽으로 (돈이) 갔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되면 김한정이란 사람이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저로서는 법률적으로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정 시점 이후에는 명씨가 저희 캠프에 발도 못 들였다. 대부분 스토킹한 것"이라며, 명 씨가 캠프에서 쫓겨나간 과정에 대한 증인과 입증 자료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사기죄 피의자를 국감에 끌어들여 정치 국감으로 변질된 점은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진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고, 그 이후에 혹시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그에 의해 다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전과 5범의 신뢰하기 힘든 증인을 출석시켜 국감의 취지를 망가뜨리고 정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에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증인의 과거 전력을 거론하며 증언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것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판단은 국민이 하실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