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사진=연합뉴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한미 정상회담 취소와 미국의 대러 제재를 “러시아에 대한 전쟁 행위”라고 비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취소, 러시아 대형 석유회사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지적하며 미국을 “우리의 적”으로 규정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반데라(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자)의 키이우 편에서 적극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노쇠한 바이든(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이 아니라 현재 그의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그가 어쩔 수 없었고 의회 등의 압박을 받았다고 말하겠지만 요점은 바뀌지 않는다”며 “현재 트럼프는 완전히 미친 유럽과 동맹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책상 뒤에서가 아니라 지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며 루코일,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대형 석유회사와 자회사들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전날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 수입 금지 조치 등을 포함한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재무부 결정에 대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서방 제재에 강력한 면역력을 발전시켜왔고 앞으로도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경제적, 정치적 잠재력을 자신 있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 조치가 중요한 협상을 통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에 대한 신호를 보내는 측면을 포함해 완전히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EU의 대러 제재에 대해서는 “EU의 제재 확대 능력은 거의 고갈됐다. 그들은 이미 우리 경제와 국방력을 약화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기 위한 거의 모든 선택지를 소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대출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러시아 동의 없이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는 모든 행위는 국제법상 무효”라며 “어떠한 몰수 조치도 고통스러운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미·EU 제재와 러시아 측 비난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교착 상태를 반영한다.
러시아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대응력을 강조하며 협상 재개를 촉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