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유현석 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리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리가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국민의힘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건국전쟁'을 독립영화로 인정하지 않은 불공정한 과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민주당의 편향적 공세에 맞서 영화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건국전쟁' 독립영화 불인정은 이례적 처사…영진위의 정치 편향성 의혹 제기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건국전쟁'이 독립영화 승인을 신청했으나 결국 승인받지 못한 과정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영진위가 "'건국전쟁'의 독립영화 승인을 사실상 번복하고, 흥행 통계에서도 '건국전쟁'을 제외했다가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영화계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자 불공정한 처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다룬 영화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건국전쟁은 제주 4·3과 관련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역사적인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작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도 '건국전쟁' 속편이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점을 언급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향해 "혹시 극우 육성기관이냐"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 김덕영 감독 "사실 기초한 영화" 자부… 민주당의 '흥행 부진 정부 탓' 공격에 강력 반발
'건국전쟁'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영화에 대해 "1편, 2편 모두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탐구한 영화라 자부한다"고 강한 소신을 밝혔다.
또한 "2030 세대들이 굉장히 열광하고 있다"고 덧붙여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영화가 긍정적인 반향을 얻고 있음을 피력했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 2가 잘 안 된 게 이재명 정부 탓이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며, 현재 정부의 문화 정책 방향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하고 화풀이하느냐"며 비난했고, 김 감독은 즉각 "모욕"이라며 반발하여 국감장에서 한동안 고성이 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문체위원장마저 김 감독에게 "왜 영화 장사 안 된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느냐", "앞으로는 그런 사고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안 될 것 같다"고 경고하며 야당의 일방적인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 국민의힘, 야당의 '참고인 윽박지르기' 국회 품위 훼손 지적… K-콘텐츠 정책 논의 병행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이러한 질의 태도에 강력히 반발하며 국정감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영화에 대한 판단은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인데, 참고인을 거짓말쟁이라 규정하고 답을 강요하는 식의 질의가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도 "참고인이 나름대로 해명하는 것을 윽박지르듯이, 죄인 다루듯이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하며, 야당의 질의 방식이 국회의 품위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뜨거운 공방 속에서도 이날 문체위에서는 K-콘텐츠 지원 방안에 관한 정책 질의도 이어졌다.
조은희 의원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약 10년간 국내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가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성공한 사례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넷플릭스에서 약 7년 만에 완성된 사례를 들며,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쓸어도 국내 투자 상황은 더 취약해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