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황은?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의 3천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28일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사태가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지며 다른 방향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통상 국내 대기업들이 고객들의 기대감 속에 빠른 사태 수습을 보여온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마리가 풀리기보다는 쿠팡과 정부 간의 대립 구도로 흐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사상 초유로 열리는 국회의 쿠팡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이번 논란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쿠팡의 단독 발표, 정부와의 대립 초래

지난 11월 29일 3천370만 명의 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한 이후 민관 합동 조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던 쿠팡은 지난25일 이례적으로 단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와의 대립 구도를 촉발했다.

쿠팡은 이날 발표를 통해 유출자가 3천300만 명의 정보를 빼갔지만, 그 중 실제 저장된 정보는 3천명에 불과하며, 범행에 사용된 장비 또한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 합동 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일방적 주장"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쿠팡은 이튿날인 26일 재반박에 나섰다.

지난 12월 1일부터 25일 공지할 때까지 정부와 공조했던 진행 과정을 조목조목 공개하며, 이미 모든 조사가 정부와 조율되었고 보고까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수된 장비 사진과 회수 장면이 담긴 영상까지 공개하며 자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쿠팡의 주장에 대해 "쿠팡과 사전에 연락하거나 협의한 적 없다"고 반박하면서, 쿠팡의 대응 움직임이 정부를 상대로 한 대립 모드로 선회하며 사태가 '진실 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 확산되는 미국 로비 의혹… 워싱턴 정가 개입 가능성 제기

이러한 상황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미국 국적의 쿠팡에 대한 한국 국회의 규제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이러한 대응을 두고, 조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키고, 향후 법적 다툼을 대비한 포석 차원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쿠팡이 피해 규모를 축소하는 것처럼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New York Stock Exchange)에 상장돼 있고, 현지에서 집단소송 또한 제기된 만큼 상대방의 주장에 곧바로 부인하지 않으면 사실로 간주할 수 있는 '미국 증거법'의 원칙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민관 합동 조사가 완결되지 않았음에도 자체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쿠팡이 지난 4월 에스케이텔레콤(SK Telecom, SKT)을 시작으로 케이티(KT, Korea Telecom)와 엘지유플러스(LG U+, LG Uplus)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조사를 받으면서 사태 수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다른 방향의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을 포함한 산업 및 금융계에서는 쿠팡의 이러한 대응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쿠팡이 피해를 본 고객은 뒷전에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법적 대응에만 집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국회 과방위, 쿠팡 연석 청문회 의결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강경 대응 예고… 국회 연석 청문회, 사태의 분수령 될 듯

정부는 쿠팡과의 대치 국면 속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하여 운영 중인 범부처 태스크포스(TF, Task Force)를 지난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 부처 장관급 인사들은 물론 경찰청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장관과 국가정보원 간부들까지 포함된 것은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쿠팡 문제를 점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미국 내 유력 인사들이 쿠팡을 옹호하고 나서며 워싱턴 정가에 대한 쿠팡의 로비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팡의 전방위적 무마 시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오는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쿠팡을 대상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쿠팡 사태는 2025년 연말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국회 연석 청문회가 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사태 한 달' 주요 일지

쿠팡의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28일 한 달을 맞아 다른 방향으로 확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9일 3천370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공개한 이후 민관합동 조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던 쿠팡이 이례적으로 지난 25일 단독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번 사태는 오는 30∼31일 사상 초유로 열리는 국회의 쿠팡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