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 건물 (사진=연합뉴스 제공)


백신 부작용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대한민국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마주한 듯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가운 길거리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수십만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나날이 외치고 있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과 관심을 받기는 요원하다.

총선이나 전당대회 같은 자신들의 목적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연락을 취해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간담회 갖자고 이야기한다.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우리는 그 만남을 위해 몇 주간 잠을 줄여가며 우리들의 억울한 사연을 요약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한다.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에서 5분, 10분 발언을 위해 2~3주간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신하기 위해 수없이 읽고 수정하기를 반복해왔다. 혹여나 다른 피해자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그들의 억울함을 하나라도 놓치지는 않을까?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간담회 당일...새벽 3시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지난밤부터 물만 마셨다. 오늘의 10분이 우리 피해자들에게는 천금과 같은 시간이기에 1분 1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간담회 시작 시각이 다가왔음에도 국회의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간담회 시작 시각은 10분, 20분 계속 지연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하필 내가 첫 번째 발언이다. 내가 늦게 시작하는 만큼 내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분들의 발언 시간이 줄어든다.

간담회를 제안한 국회의원은 거의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을 늦게 도착해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간담회를 시작하자고 한다. 남은 시간은 겨우 30분이다. 5분은커녕 2~3분 만에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의 억울함과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최대한 전달해야 한다. 불평불만을 제기할 시간 따위는 없다. 미사여구를 사용한 인사도 필요 없다. 속사포와 같은 빠른 속도로 최대한 전달을 해보지만 지난 3주간 준비한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되었다.

요 며칠 이태원 사고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한 특조위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장관부터 시작해 관련자들을 모조리 소환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과 유가족들이 특조위원들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무려 2천5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심각한 '백신 참사'임에도 우리는 항상 을의 위치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

이것이 우리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이번이 몇 번째인가?

그저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가? 수백명의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보내서 지역 주간지에 서너건의 기사보도에 만족해야 하는가? 간담회를 실시간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은 폐쇄를 위협받고 있다. 피해자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도 검색에 제한을 주고 있고 유튜브는 바로 비공개 처리된다.

국회의원 한명에게 억울한 소리를 전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고작 20여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그나마 발언시간이 주어진 몇 명만이 2분 내외의 시간을 허비할 뿐이다. 그나마 마음이 움직인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이라도 제안하면 피해자들은 박수를 보낸다.

1시간 30분 간담회에 1시간을 지각해 정시에 일어서 나가는 취급을 당해도 또 몇분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백신부작용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단 몇 분이라도 우리들의 참상을 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린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본지 이상훈 기자가 직접 쓴 故 이선주(한글이름 슬비) 학생의 투병 일지를 전제한다.)

<편집자 주>

이 칼럼(코로나 일기) 연재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허나 글을 읽으면서 하루라도 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흔히들 ‘침묵은 동조’라 한다.

본 칼럼은 우리들의 이야기 또는 내 주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어쩜 내 얘기도 될 수 있다.

본지 이상훈 기자는 무남독녀를 잃었다.

그것도 너무나도 반듯하게 잘 자라 준 아이가 그렇게 맥없이 사라졌다.

한 가정의 아이가 아닌 이 땅의 내일과 미래가 사라진 것이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내일과 미래에 대한민국은 안전하고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