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사진=인터넷 캡처
취임한 지 이제 100일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인품에서 그가 정치인 노무현을 닮았다거나 정치적 운명이 대통령 노무현처럼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차원이 아니라, 5년 대통령 임기 중 대미 관계 때문에 유사한 정치 여정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특히 좌파 진보 대통령 가운데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반미주의자로 각인되어 취임 초부터 백악관에 초치된 운명의 닮은꼴이다.
◆ 부시 대통령 만남 후 반미에서 친미로 급변침한 노무현 대통령에 지지자들 등 돌려
대통령이 되기 전, 경솔하게 반미 발언을 일삼았던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고 첫 방미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강력한 압박을 받는다.
특히 '12가지 요구안'을 들이밀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노무현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겁박까지 당한 뒤 충격을 받은 노 대통령은 급히 친미주의자로 변신을 시작한다.
한미 FTA 체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찬성, 평택 미군기지 조성, 이라크 지원군 파병, 삼성그룹 지원 등, 부시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정책을 수행한다.
이러한 급변침 행보를 보이자 당연히 노 대통령 지지층은 배신감을 느끼며 반정부 세력화되었다.
한미 FTA 반대 운동의 경우 김근태, 천정배, 정동영 같은 정치인들과 당시 민주당 핵심 세력에 의해 주도되었고, 심지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같은 좌파 미디어들조차 등 돌렸으니 대통령 노무현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고 결국 민주당마저 분열되면서 정권 재창출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백악관이 최근 사진 공유 사이트를 통해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책상에 손을 올린 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하는 모습.사진=백악관 플리커 캡처
◆ 트럼프 대통령 만남 후 ‘안미경중’ 대신 ‘안미경미’ 외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급변침
이는 마치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친중종북의 반미주의자로 기세등등하던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면서 역시 급변침을 시작하여 결국 친미주의자로 돌아서자, 좌파 진영 전체는 물론 지지층에도 배신감을 주며 큰 충격을 안기고 그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뭉칠 가능성을 낳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 흡사하다.
이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깊은 충격을 받고 6천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은 물론이고 비공개 오찬회담 뒤 즉각 태세를 바꾸면서, 안미경중(安美經中) 폐지, 검찰청 폐지 재고,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한미일 체제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항,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파병, 심지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 기각 같은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존의 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미국이 사실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익히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천안문 망루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무심코 섰다가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보복을 받았으며 끝내 탄핵까지 당해 권좌에서 쫓겨나게 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미국에 맞선다는 것의 위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20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만찬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리스크에 친문세력 압박까지..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이재명 정권
이 대통령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문재인 세력에 의한 당권 반환 요구에 의해 민주당이 정청래 당대표 선출로 친문 세력에 장악된 상황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당시처럼 민주당의 분당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충분한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다.
이재명 대통령 정권은 5년 내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시달릴 것이라고 다들 예상하는데, 거기에 5년 내내 친문 세력에게도 시달릴 여건이 만들어졌다면,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노무현과 이재명 정권에서 발생하게 된 것일까?
바로 민주당 내 소수파가 집권해서 빚어진 상황이다.
정치인 노무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가 아니었듯이, 이재명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를 수 없는' 홍길동과 같은 '서자 콤플렉스'가 노무현-이재명 정권의 불안정한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문 세력과 트럼프가 만드는 이런 내우외환 속에 이재명 정권이 과연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힘겨울 것이라는 판단을 금할 수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