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하며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일부 발언들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는 자유공화시민들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국가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치환하는 듯한 인식과 언론에 대한 '통합' 강조는 자유대한민국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기에 강력히 경고한다.
◆ 정치가 사법을 좌우하겠다는 위험한 발상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의 '3대 특검법 수정안 합의'에 대해 '내란'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과 내란 진실 규명을 어떻게 맞바꾸나"라며, 협치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도둑질 비유'까지 들어 상대 집단을 매도했다.
'협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대통령이 여야 간 합의된 사안을 자의적으로 '도둑질'로 단정하고 파기하려는 시도는 의회 민주주의와 정치적 타협의 가치를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태도다. 이는 진정한 국정 운영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내 기준에만 맞는 정의'를 강요하며 국가 시스템을 오직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종속시키겠다는 독단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문하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대목은 법치주의의 근본을 뒤흔든다.
헌법이 부여한 삼권분립은 행정·입법·사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사법부 독립은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간섭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핵심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고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았다"며 사실상 입법부와 대통령 자신이 사법부 위에 있다는 식의 '권력 서열론'을 피력하는 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헌법적 인식이다.
사법부를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 폄하하며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 '나라가 망할 뻔했다'는 주장은, 자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사적 영역으로 치환하여 모든 법적 절차를 '정치 검찰'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밖에 해석될 수 없다.
이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하는 김윤덕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가가 모든 경제 주체를 통제하겠다는 환상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향해 "돈 벌 생각하지 마라"고 경고하며 시장의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주가 조작에 투입된 원금까지 싹 몰수하겠다"며 '패가망신'을 경고했다.
여기에 상속세 적용 기준 완화는 자신의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추진하겠다 밝히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닌, 부당한 악덕 기업인과 경영진, 일부 지배 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투기와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다.
그러나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과 경제 주체들의 합법적인 부의 축적까지 '투기'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과도하게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발상은 자유 시장 경제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서민들은 성실한 노동과 투자를 통해 작은 부를 일구고 자산을 형성하려는 꿈을 가진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건전한 경제 활동마저도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내며,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기득권층만을 위한다는 오해를 넘어, 전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한 접근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진정한 국익은 자유로운 비판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언론관 역시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서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언론인들과의 동행을 언급하며 "집안을 지키는 일은 같이 하면 좋겠다"는 표현으로 '국가 이익을 위한 통합적 역할'을 당부했다.
물론 허위 보도는 근절되어야 하며,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적 단결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 이익'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우리 편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퇴색시킬 수 있다.
언론은 결코 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다.
자유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기둥이다.
권력이 비판을 '분열'로, 감시를 '내부 고발'로 치부하며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할 때, 그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방송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자유대한민국, 흔들림 없는 원칙을 요구한다
자유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의 사적 감정이나 정치적 목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대통령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며 법치주의를 최우선으로 삼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국가를 운영해야 할 책무가 있다.
개인적 사법 리스크를 국가 전체의 문제로 치환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법부와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
진정한 국익은 자유로운 비판과 건강한 견제 속에서 창출된다.
국민은 현명하다.
누가 진정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위하고, 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며,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매 순간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