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최근 북한군 동향 공개.사진=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우리 군의 군사지도상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과 유엔군사령부의 MDL 기준선이 다를 경우 둘 중에 더 남쪽의 선을 기준으로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하라는 지침을 전방 부대에 전파했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 발생 시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마련되었으며, 합참은 현장의 '식별된 MDL 표지판'을 최우선으로 적용하되, 표지판이 없는 지역에서는 군사지도상 MDL과 유엔사 MDL 표지판 좌표의 연결선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기준선 불일치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지점들에 대해 2026년 중 유엔군사령부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군사지도상으로는 MDL을 침범했으나 유엔사 기준선으로는 넘지 않았을 경우 유엔사 기준선을 고려해 작전적 조치를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반대로 유엔사 기준선을 넘었지만 우리 군의 군사지도상 MDL을 넘지 않았을 경우에는 군사지도상 MDL을 고려해 조치하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과 함께 설정된 MDL은 당초 1천292개의 표지판이 설치되었으나, 현재는 약 200여 개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군은 표지판과 유엔사 지도를 기준으로 군사지도에 MDL을 표기했으며, 유엔군사령부도 1953년 표시 지도와 현장 말뚝을 고려해 기준선을 잡으면서 지역에 따라 최대 수십 미터(m)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 MDL 기준선 불일치 문제 심화, 북한군 침범 빈번

합참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 군사지도는 2004년 미국 국가정보지리국(NGA, 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에서 실제 지형에 맞게 만든 것을 적용해 2011년에 한 차례 업데이트되었고, 유엔군사령부에서 만든 것은 2014~2015년에 작업하여 2016년에 업데이트되었는데, 그 사이 과학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현재 기준으로는 일치하는 지점보다 불일치하는 지점이 약 60퍼센트(%)가량 더 많은 상황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기준선 불일치 문제가 대두된 배경으로 2023년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을 꼽았다.

북한 김정은이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언급한 이후, 북한군은 2024년 4월부터 MDL 근접 지역에서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구축, 철조망 및 지뢰 장애 설치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로 인해 전술도로 철책은 2023년 대비 10킬로미터(km) 증가한 50~60킬로미터(km)에 달했으며, 지뢰지대 일부도 구축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군의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2024년 3월부터 지난 11월 말까지 총 17회에 걸쳐 MDL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우리 군은 교전 수칙에 따라 25회의 경고사격을 실시하여 모든 북한군을 이북으로 퇴거 조치했다.

또한, 북한군의 MDL 침범 징후가 있을 때 실시하는 경고방송은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2천400여 회나 실시되었다.

◆ "지난해 6월부터 이미 시행 중", 군 당국 소극적 대응 아님 강조

군 당국은 이번에 공개된 MDL 침범 관련 새 지침이 이미 2024년 6월에 마련되어 시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변경 지침을 하달하여 전방에서 적용해왔으며, 2025년 9월 작전 관련 지침서에 공식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조치는 북한군이 주간에 노출된 환경에서 MDL 근접 활동을 하는 지역에 한정하며, 소극적 대응을 위해 작전 절차를 변경하거나 북한군에 유리하게 MDL을 적용한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에 맞춰 지난 11월 북한에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논의를 고리로 군사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측과 북한이 인식하는 MDL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이를 다루는 대화를 제안한 것이지만, 북한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합참은 북한군이 MDL 이남 지역으로 넘어와 지뢰 매설 작업을 한 동향이 포착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육안으로 관측되거나 전방에서 감시 가능한 지역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으며, 다만 감시 사각지대에서 일부 MDL 일대 지뢰 매설 지역을 다른 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자산으로 확인했으나 이를 근거로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유엔군사령부와 현장을 공동으로 확인한 후 판단해야 하므로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