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10일 (당시 문재인 정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코로나19 오늘의 한마디] 법보다 국민이 먼저.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캡처)

호모 사케르는 고대 로마 사회 있던 특이한 신분을 가진 존재다. 희생 제물로 바치는 것이 허용되지는 않지만, 죽임을 당해도 되며, 누가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존재다. 희생 제물로 바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음은 제물로 쓰일 수 없을 정도로 부정하여 종교에서 배제되었다는 말이고, 죽여도 되는 인간이라 함은 법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말이다. 종교에서 배제되고 법으로도 배제된, 이중 배제된 인간이 호모 사케르다.

현재 한국인은 신앙인이든 아니든 종교에서 배제되었다. 며칠 전 한 교회에서 치러진 가까운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좌석마다 하나 건너 앉지 말라는 종이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마스크 착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여러 차례 나왔다. 마스크 쓰라는 안내에도 결혼식의 두 주인공과 부모들은 마스크 착용하지 않았고, 주례를 맡은 목사만 답답하게 마스크를 하였다. 한자리 건너 앉으라고 했지만, 기념 촬영 때에는 한 장에 안 나오니 빈틈없이 붙으라는 시늉을 사진사가 하였다. 피로연 식당에는 음식 냄새, 혼잡함,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나르고 재잘대며 먹는 분주함이 가득했다. 한국에 팽배해 있는 이성과 합리가 결여된 요령과 가식은 교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든 쓰지 않든 주님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종교의 중요한 원리를 그들은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고, 믿음과 사랑의 교리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비과학적이고 비인간적인 방역 미신의 교리가 우선되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교회에서 말이다.

사진=인터넷 캡처

교회는 더 이상 병들고 지친 자가 갈 수 있는 안식처도 피난처도 아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교회 출입을 금하는 교회도 있다고 하니 마태복음의 구절은 신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감언이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들이 늘 끼고 다니는 성경은 필요에 따라 글자화된 예수님 말씀을 간편하게 꺼내고 집어넣는 가방에 불과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신이 교회에서 살해당했다고 말한 니체의 비통한 심정을 오랜만에 가본 교회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한국인이 종교에서 배제되었는데 그것도 자발적으로 그리되어 호모 사케르가 되었다는 말은 합당하다.

또한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존재로 법에서 배제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웬일인지 많은 사람이 죽었다. 자살한 사람, 의문사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 연쇄 살인마나 암살조가 있는 것 같았다. 21년 2월 말부터는 백신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접종 후 죽었는데 이토록 많이 죽은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518 광주 항쟁, 세월호 참사와는 비교되지 않는 대규모 죽음이라서 학살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살자는 없으며 있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멀쩡한 사람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어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말로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호모 사케르가 되었다는 말은 합당하다.

사진=동아일보 캡처

조르조 아감벤이라는 이탈리아의 철학자는 권력을 정의하기를 국민을 이렇게 이중 배제된 “예외상태”를 오래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민을 종교에서 배제 시키고, 법에서 배제된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예외 상태를 새로운 정상 (new normal)으로 만드는 것이 권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긴급과 예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긴급은 가능한 한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는데 사용되는 반면 예외는 규칙을 어기고 새로운 명령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긴급상태는 ‘체제의 안정성’을 전제로 하지만, 예외상태는 반대로 다른 체제로 가는 길을 여는 ‘체제의 파괴’다. 더 쉬운 말로 하면 긴급은 국민을 위한 상태이고, 예외는 권력을 위한 상태라는 것이다.

코로나 판데믹은 ‘예외 상태’다. 이 예외 상태에서 종교는 탄압받았고, 국민은 종교에서 배제되었다. 뿐만 아니라 백신 패스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 행복 추구권, 집회 결사의 자유를 박탈당하였다. 국민은 헌법으로부터 추방당한 주권 상실한 난민이 되어 버렸다. 백신 사망자는 있으나 살인자는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으니 법에서 배제되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파시즘, 625동란 때에도 이처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 정지되고 위반된 적은 없었다. 이러한 헌법 정지의 결정은 배경이나 실상, 의학적 심각성, 법적인 타당성이 조금도 검증되지 않은 채 내려졌다.

현재 호모 사케르가 아닌 사람은 국민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고, 예외 상태를 뉴노멀로 만든 소수의 권력자들뿐이다. 코로나 사태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복종하게 만들 수 있음을 검증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권력자들은 판데믹이 사라지더라도 얼마든지 계속 예외상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예외상태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오순영 칼럼리스트 /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