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지난 2월1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연합뉴스
오는 25일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및 협력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어 양국 경제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미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넘어 국내 핵심 산업 전반의 협력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6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 달러(51조 원)로 확대한 바 있다 .
최근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애플과도 차세대 칩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반도체 공장 증설의 필요성이 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의 계약 직후 “165억 달러는 단지 최소액이다.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많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이들 계약을 전후해 미국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으며, 머스크는 이 회장과 화상 통화로 양사 구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또한 미국 현지 거점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에 38억7천만 달러(약 5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2028년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이번 투자는 약 1천여 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도 한미 양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거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와 오하이오, 테네시에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며,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조지아에서 현대차, 오하이오에서 혼다와 각각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는 지난 6월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계 중 유일하게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를 주요 거점으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7년까지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 및 GM과의 합작 공장을 추진 중이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ESS 시장 대응을 위해 올해 10월 현지 ESS 배터리 생산라인을 확보할 예정이다.
SK온은 미국에서 SK배터리아메리카(SKBA) 2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 포드와의 합작공장인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1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BOSK 공장 2곳과 현대차와의 합작공장 1곳 등 총 3곳의 공장도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SK온이 미국에 총 6곳의 공장을 세우며 투입하는 투자금은 108억 달러(약 15조 원)로 추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현지 보조금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현지 투자가 필요하다"면서도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산업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어 전략적 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MGMA 의장공장
지난 3월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차로 가도 한참을 가야 할 정도로 미색 단층 건물들이 줄지어져 있는 이 공간은 현대차그룹이 자사 첨단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미국 내 세 번째 생산기지다. 사진은 HMGMA 의장공장.사진=현대차그룹/연합뉴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2028년까지 미국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분야에 총 210억 달러(29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금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 확대와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일관 제철소 건설, 로보틱스, AI 등 분야의 미국 기업과의 협력, 에너지 인프라 설립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후 현재까지 총 415억 달러(57조5천억 원)를 현지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의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도 지난 3월 미국의 항공 제작사 보잉 및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 GE에어로스페이스와 총 327억 달러(48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