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21일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해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와의 과거 관계를 언급했다. 이는 김정은이 직접 트럼프와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밝힌 첫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재집권 전후로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으며, 여전히 그렇다”며 연내 만남 의사를 밝혔다.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당시 트위터를 통한 ‘판문점 번개’ 제안으로 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된 전례가 있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의 만남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만, 김정은은 비핵화 포기를 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한미가 확고히 유지하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상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며 핵무기 보유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공식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영국 비비시(BBC,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이점이 있다”며 핵 동결을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핵무기 생산 동결을 합의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핵화 목표 없이 동결에 나설 경우 북핵 용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북미 정상 회담이 재개될 수 있지만, 북한의 핵 고수 입장이 변하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한국을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한국과는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간 긴밀한 조율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