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미 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방위적으로 매력 공세를 펼쳤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기부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오는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약 29조9천145억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를 발표하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노력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에 대응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었으나, 현재까지는 '고통스러운 오판'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25퍼센트(%)의 자동차 관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단속을 두고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던 현대차의 노력에 성과가 별로 없었음을 보여준 극명한 결말이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이민 단속 사건 후에도 260억 달러(약 37조422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와 미국 내 생산 확충을 재차 공언하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한국 정부가 현대차그룹이 신속한 무역 협상 해결에 너무 공개적으로 열의를 보임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판단, 현대차그룹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대미 투자를 늘리는 근본적인 이유로 다른 주요 시장에서의 사업 부진을 꼽았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급격한 몰락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현대차에 너무나 중요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대미 전략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지난해 6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주의 역대 최대 제조 투자 프로젝트인 현대차 메타플랜트와 관련한 경제 회의를 위해 방한 중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제주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교통편이 필요했던 켐프 주지사에게 자기 개인 전용기를 제안했고, 켐프 주지사는 이를 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켐프 주지사가 전용기를 타고 떠난 반면,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 고위 경영진은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했다고 전하며 미국 시장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간절함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