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어제(6일) 추석날 낮에 필자의 오래된 친구가 지병으로 소천했다.

대학 재학 때부터 알고 지냈고 졸업 후에도 필자와 같이 모임을 해 왔기에 절친한 친구였다.

그러니까 1968년부터 지난 2025년 10월 6일까지 57년간 우정이 이어져 왔다.

6일 추석 성묘를 마치고 필자의 집에 돌아와 카카오톡을 열어보니 갑작스런 친구 부고가 와 있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여 대학에서 줄곧 경영학을 강의했으며, 말년에는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개신교 교회에서 장로로 사역했다.

그러고 보니 공통점도 많았지만, 사는 길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 친구는 평소 인격이 반듯하고 언행이 모범적이었으며 꾸준한 학문의 정진으로 인해 필자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부정선거.사진=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부정선거 방지'를 둘러싼 57년 우정의 오해

그러나 다만 서로의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로 인해 그가 사망 전까지 서로 간에 풀지 못한 오해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정선거 방지에 관해 필자가 그에게 가졌던 오해였다.

필자는 약 십여 년 전부터 이 나라의 각종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방지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절대적 요소임을 간파하고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인사들의 모임 단체 대화방에 가입하여 활동을 했었다.

부정선거 방지야말로 전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한 필자는 모든 지인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장 이 방에 가입함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수많은 지인을 초대했다.

애국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단체에 가입함이 실질적인 애국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로부터 초대받은 대부분의 지인과는 달리, 예상 밖으로 고인(故人) 된 박 총장은 이 부정선거 방지에 부정적으로 보이는 태도를 보였다.

초대해 놓으면 탈퇴하고 또 초대하면 탈퇴하고를 거듭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친구가 또 고위 공직자 가운데 한 명이 있었다. 그 뒤로부터 필자는 그들을 인간 이하로 보았다.

부정선거 방지는, 대놓고 부정선거를 하고자 하는 부정선거 시도자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실천해야 할 국민의 책무일진대 이들의 행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비겁한 짓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극기 물결.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고인의 유고(遺稿)집에서 발견한 진정한 애국자의 면모

그러나 그것은 필자의 오해였다.

필자의 친구 고(故) 박 총장은 진정한 애국자였었다.

지난 6일 청천벽력 같던 그의 부고를 접하고 필자는 하늘과 땅, 즉 죽어 하늘에 살고 있는 자들과 땅에서 숨 쉬고 있는 자들에 관해 숙연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그들과 살면서 지내온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면 조상을 회고하고 먼저 고인(故人) 된 이들을 추모한다.

생시와 같은 그들의 환한 웃음, 힘찬 발걸음,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모습, 시국 담화를 하던 모습, 아파하던 모습, 월드컵 축구 경기를 함께 응원할 때 한마음으로 외치던 '대.한.민.국!'

아!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인가!

그들은 죽었으되 필자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필자는 고(故) 박 총장이 남긴 유고(遺稿) '경영의 창으로 본 세상 2'를 다시 꺼내 제목을 주욱 훑어 보았다.

'성공하는 경영과 멋진 경영자',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마케팅', '위기의 경제를 살아가는 법', '변혁 시대의 아포리아', '경영학 산책'

추모 국화.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참회하는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벗에게, 뒤늦은 사과와 존경

그는 글 중에 '호국 영웅, 우리에게 그들은 누구인가'를 말했고, '그 많던 태극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했고, '제 정신을 지킵시다', '청소는 모든 일의 기본이다', '지도자의 품격'에 관해 외쳤다.

그렇다. 그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눈물이 북받쳐 오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친구를 한때나마 나쁘게 본 필자의 편협함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아울러 친구에게 이제사 용서를 청한다.

"친구! 나를 용서하게. 자네는 진정한 애국자였네. 말 못 할 사정을 가슴에 품고 애국을 실천한 고마운 친구였네. 고맙네."

부디 천국에 가서 재작년(2023년)에 귀천하신 어머님도 만나 뵙고 주님 나라에서 환한 빛 속에서 아름다운 삶을 이어가시게나.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