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의 영광은 '금속-유기 골격체(MOF, Metal-Organic Frameworks)'라는 혁신적인 분자 구조를 창안한 과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각) 기타가와 스스무(74) 일본 교토대학교(University of Kyoto) 교수,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교수, 오마르 엠. 야기(60)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교수를 2025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앞서 6일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에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학교(Osaka University) 석좌교수가 포함된 데 이어, 화학상까지 거머쥐며 올해 과학 분야 노벨상 2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금속-유기 골격체(MOF)는 금속 이온을 유기 분자로 연결하여 만든 골격 구조로, 내부에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존재하여 이 구멍을 통해 다른 분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흡착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에이피(AP, Associated Press) 통신은 전문가들이 이 MOF를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 속 주인공 헤르미온느의 가방에 비유한다고 전했다.
겉보기에는 작지만 내부 공간이 무한대에 가까워 온갖 크고 중요한 물건들을 숨기거나 보관할 수 있는 헤르미온느의 가방처럼, MOF 또한 다공성 덕분에 겉모습과는 달리 엄청나게 넓은 내부 표면적을 숨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통해 MOF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CO2) 포집, 사막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한 공기 중 수분 채취, 수소 연료의 고밀도 저장 등 인류의 주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하이너 링케 노벨화학위원회 위원장은 MOF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기능을 지닌 맞춤형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예전에는 예견하지 못했던 기회들을 마련해줬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올로프 람스트룀 노벨화학위원회 위원 또한 "매우 작은 부피에 엄청난 양의 가스를 저장할 수 있다"며 헤르미온느의 핸드백 비유를 통해 MOF의 놀라운 저장 능력을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리처드 롭슨 교수가 1989년 구리 양이온을 중심으로 다이아몬드와 비슷하면서도 빈 공간이 많은 MOF 구조를 처음 만들었으나, 초기 구조는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는 MOF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오마르 엠.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MOF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실용화의 길을 열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 덕분에 "이후 전 세계 화학자들은 수만 종의 MOF를 만들었고, 그중 일부는 탄소 포집, 물 부족 해결, 환경 정화 등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고 강조했다.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는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전화를 통해 "오랫동안 해온 연구가 인정받아 큰 영광이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 수상자인 리처드 롭슨 교수는 영국 태생이며, 오마르 엠. 야기 교수는 팔레스타인계 부모를 둔 요르단 태생으로 요르단·미국·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자들은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천만 원)를 똑같이 나눠서 받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생리의학상,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을 발표했으며, 9일에는 문학상, 10일에는 평화상, 그리고 13일에는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