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사진=연합뉴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와 생사를 가르는 초응급질환이다.

평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얼굴이 비뚤어진다면 그 순간부터는 1분 1초가 생명을 좌우하는 시간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1분마다 약 2백만개의 뇌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 국내 현황, 사망원인 4위, 55세 이후 위험 급증…조기 진단이 생명

국내에서 뇌졸중은 사망원인 4위이자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매년 11만~15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4~5분마다 1명꼴로 환자가 생긴다.

특히 55세 이후부터는 10년마다 발생 위험이 곱절로 증가한다.

세계뇌졸중기구(WSO, World Stroke Organization)는 매년 10월 29일을 '세계 뇌졸중의 날'로 지정해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되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고, 뇌혈관이 파열돼 뇌 속에 혈액이 고이면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이다.

국내에서는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한다.

뇌경색은 혈관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심장에서 날아온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아 생긴다.

반면 뇌출혈은 고혈압으로 약해진 혈관이 터지거나, 혈관에 생긴 '꽈리(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발생한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는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흡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면서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이나 치주염도 뇌졸중의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의 대표 증상은 얼굴이나 팔·다리 한쪽이 마비되는 것이다.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입이 내려앉거나,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

심한 두통이나 구토,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임)가 동반되면 뇌출혈 가능성이 높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의심 증상을 '이웃(이~하고 웃을 수 있나요)·손(두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나요)·발(발음이 명확한가요)·시선(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나요)'으로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이러한 증상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나타났다면 즉시 119를 통해 가까운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 뇌경색 골든타임 '4.5시간' 엄수, 젊은층 환자 급증에 생활 습관 개선 요구

뇌경색 치료의 핵심은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뚫느냐에 달려 있다. 증상 발생 4시간 30분 이내라면 정맥주사를 통해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술을 시행할 수 있다.

큰 혈관이 막혀 있다면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며,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증상 발생 6시간 이내 받는 게 좋지만, 뇌 영상에 따라 증상 발생 24시간까지도 시행할 수 있다.

뇌출혈은 응급 수술이 필요하며, 터진 뇌동맥류는 혈관 내 시술이나 수술을 응급으로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빠른 치료를 받게 되면 그렇지 않은 뇌졸중 환자들보다 나중에 좋은 예후를 가질 확률이 2~3배 높아진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뇌졸중이 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이 2018~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뇌혈관질환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환자 증가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은 3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뇌졸중 환자는 2018년 7천152명에서 2022년에는 9천3백63명으로 45.7퍼센트(%) 증가했으며, 20대 여성은 같은 기간 2천6백63명에서 3천5백26명으로 40.1퍼센트(%) 늘어났다.

젊은층에서도 고지방, 고염분 식습관과 수면부족, 스트레스가 혈관 건강을 악화시켜 뇌경색과 뇌출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의료진의 분석이다.

분당제생병원 신경외과 김현곤 과장은 "서구화된 식생활,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 습관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평소 위험 요인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은 뇌졸중 위험을 2~4배 이상 높일 수 있지만, 정상혈압으로 조절하면 위험이 약 40퍼센트(%) 떨어진다.

당뇨병 역시 위험을 2배로 높이나 당화혈색소를 1퍼센트(%) 낮추면 위험을 12퍼센트(%) 감소시킬 수 있다.

동맥경화의 주원인인 고지혈증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뇌경색 발생 위험을 30~40퍼센트(%) 줄일 수 있다.

심방세동은 적절하게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뇌경색 발생 위험이 5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음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뇌출혈은 고혈압과 과음이 주요 원인"이라며 "반드시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혈관 건강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졸중 위험을 2.7배 낮추는 효과적인 생활 습관이다.

적어도 하루 30분 정도로 주당 3~5일(총 150분) 운동을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