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검기소' 첫 재판 출석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에서 열린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비화폰 기록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첫 공판기일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다시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 윤 전 대통령, "삭제 아닌 보안 조치 지시... 국가 기밀 보호 목적"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화폰 운영 규정을 물었으며, 이후 비화폰 서버 삭제 주기를 확인한 뒤 "수사받는 사람들의 비화폰을 그대로 그냥 놔두면 되겠느냐. 아무나 열어보는 게 비화폰이냐. 조치해야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장은 이 지시를 '접속 제한'을 통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보안 조치'로 이해했으며, 삭제 지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이 '삭제 지시'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보안 조치'라고 정정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비화폰을 처음 받고 경호처장에게 통화내역 관리 방식을 물었더니 정권 교체 시 전부 삭제하고 다음 정권에게 넘겨준다고 했다"며 "이틀 만에 삭제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화내역이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호 목적 때문에 상당 기간 기록을 갖고 있다"며 "삭제 이런 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해임 후 비화폰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사례를 언급하며, 김 전 차장에게 이러한 '보안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기밀 통신망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라며 보안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였음을 피력했다.

법정 들어서는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 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특검팀,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 윤 전 대통령, 호칭에 불만

이날 재판에서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김건희 여사와 김성훈 전 차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공개된 메시지에서 김건희 여사는 김 전 차장에게 "'V'(윤 전 대통령)이 압수수색에 대해 걱정한다"고 보냈고, 김 전 차장은 "압수수색이니 체포니 걱정하지 말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를 "당시 영부인이던 김건희 여사가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우려한다는 취지의 말을 증인에게 하는 내용"이라며, "당시 피고인은 압수수색을 저지하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제가 26년 검찰에 있으면서 압수수색영장을 수없이 받아봤다. 대통령실은 군사보호구역이고,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군통수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막 들어와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에 없는 일"이라며, 자신이 이를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우려해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팀이 김건희 여사를 지칭하며 "그리고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며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에 포함돼 있다. 군사보호구역이니 함께 포함해 고려해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데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 공관은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할까 봐 군사보호구역이니까 기본적으로 똑같다는 걸 주지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