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공판 출석하는 유동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원은 31일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와 민간업자 간의 유착을 인정하고,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을 사실상 '몸통'으로 판단하며 징역 4~8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 공범을 인정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검찰의 공소 사실 대전제를 받아들인 것으로, 유 전 본부장이 실질 책임자로서 관리자의 임무를 어기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나 판단을 내리지 않아, 향후 정치권의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장동 유착 인정… 유동규 전 본부장은 공사의 실질 책임자

재판부는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본부장 사이에 유착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공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사건의 주동자로 판단했으며, 그는 단순히 지시받은 사항만 수행한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장동 사업에 관한 공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로서 배임 행위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 2013년 5월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은 돈의 직무관련성 여부를 설명하면서 "유동규는 공사 설립 준비, 대장동 개발사업과 위례 개발사업 계획 수립 등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 이행 업무를 맡았고, 성남시의 주무부서나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 또는 정진상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포괄적인 실무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나서는 이재명 후보
지난 4월2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의 관여 여부는 판단 유보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여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놓지 않았다.

공사에서 성남시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없었으며, 공사와 민간 결탁으로 이루어진 범행 구조에 초점을 맞췄다.

민간업자들과 시 측의 관계에 관한 언급은 있었지만, 그간의 관계 형성 경위, 배경 설명이 중심이었을 뿐 명확한 지시나 승인 등에 관한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주요 사항 모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고,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중순 대장동 개발사업을 정하는 과정에선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와 민간업자들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을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대장동 사건 핵심 관계자들. (왼쪽부터) 유동규 - 김만배 - 남욱 - 정민용.사진=연합뉴스


◆ 공사의 개발 이익 및 책임론

재판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얻은 이익은 1천8백2십2억 원에 그친다고 봤으며, 이재명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1공단 공원화비용은 성남시의 이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절반 지분을 가진 공사로서는 개발 이익 50퍼센트(%)와 1천822억 원 사이 차액을 얻을 기회나 권리를 상실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사업 협약 체결 당시 민간업자들은 개발 이익이 4천억 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다고 재판부는 봤다.

한편, 재판부는 김씨 등 민간업자가 사업시행사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공사 설립과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에서 민간업자의 조력이 있었고 성남시 및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고 언급했으나, 그 이상 구체적인 경위는 언급하지 않았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향후 이재명 대통령 재판 및 정치권 공방의 영향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은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막바지인 지난 2021년 9월 무렵 불거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연관성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시장으로서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최종 승인해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별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라 이 대통령 재판을 정지했지만, 다른 재판부가 대장동 본류 사건 판단을 내놓으면서 향후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남욱 변호사는 정진상 전 실장 재판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시기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3억여 원에 대한 진술을 뒤집었다.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받은 뇌물 중 1억7천만 원에 대해 '정진상 전 실장 또는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는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가 돈을 교부할 당시 정진상 전 실장이나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장동 본류 사건 판결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정치권의 공방을 어떻게 심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