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진행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재판에서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검찰의 강압 수사에 못 이겨 검사의 수사 방향에 맞춰 진술했다'는 취지의 충격적인 주장을 폭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실장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 에프씨(FC, Football Club) 의혹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나온 진술로, 검찰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 변호사는 과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건넨 3억 원과 관련하여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으나, 최근 입장을 번복하며 "검사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도 "당시 조사받던 검사실에 검사와 유동규가 같이 와서 '사실관계가 이게 맞잖아. 왜 기억 못 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며, 검사와 유동규가 진술을 유도했음을 주장했다.
재판부가 '증인은 유동규 진술에 따라 증인 진술이 바뀌었다고 하는 데 그런 포인트가 뭐가 있었던 거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뇌물이 제일 크다. 저는 김용, 정진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 들은 게 명확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 외에 '유동규가 정진상과 협의했고 시장님께 보고해서 승인받았다' 이런 내용이 많은데 다 (당시 검사에게) 처음 들은 내용"이라며, 자신이 경험한 사실이 아닌 검사로부터 들은 '시나리오'였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검사님이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질문했고, 제가 경험한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그러지 않았겠냐', '그분들 시스템이 그렇다면 그렇지 않았겠냐'고 답변해 조서에 담겼다. 그게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판결문에 유죄 증거로 돼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강압 수사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비판했다.
남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배를 가르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을 들었다고 주장해 법정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는 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 있다. 그건 네 선택이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하며 울먹였다.
검사가 누구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그는 "정일권 부장검사"라고 밝히며, "애들 사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 것 아니냐. 여기 있을 거냐'고 했다. 그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했다.
또한 남 변호사는 "검사로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뇌물 액수) 1천만 원에 1년씩, 30년은 빛을 못 볼 거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이며, 검사가 모든 사람을 수사하고 기소할 것처럼 말하며 밤샘 조사를 통해 심리적으로 압박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출소(구속만기 석방) 이후 "자기는 3년만 살면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그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본류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하여 "정영학 회계사의 회유된 진술, 유동규의 회유된 진술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유동규) 자백 내용 중 얼토당토않은 허위 사실이 많은데 유죄 증거로 쓰였다. 어떻게 자백이 이뤄졌는지 나도 궁금하다"며 유동규 전 본부장의 자백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저희는 초과이익 표현 자체를 2021년에 처음 들었는데 2015년에 이미 작당해서 (초과이익) 조항을 삭제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만들었단 건 조작된 시나리오"라며, 현재 수사가 조작된 것이며 "허위 조작 수사가 충분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하여 검찰 수사 전체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재판부가 정 전 실장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핵심 증인들의 구치소 출정과 접견 기록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증언을 번복해온 관련자들의 기록을 확보하여 검찰 조사나 접견이 진술 번복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살펴보려는 정 전 실장 측의 의도로, 향후 재판에서 검찰 수사의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재판 시작 전 지난달 31일 있었던 대장동 민간업자들 선고 결과나 '성남시 수뇌부가 보고받았다'는 판결문 표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