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검진.사진=연합뉴스


대한안과학회는 8일 국내 소아·청소년 근시 유병률이 1980년대 9%에서 2024년 57%로 6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날 배포한 팩트시트를 통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3명 이상이 근시로 일상을 불편해하며, 특히 소아·청소년 시력이상 90% 이상이 근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2024년 학교건강검사 결과, 시력이상 판정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급증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7년)에서는 5∼18세 근시 유병률 65.4%,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 6.9%로 나타났다.

13세 근시율은 76%, 16세 이후 고도근시율은 20%에 달했다.

2013∼2022년 서울 지역 19세 남성 징병검사에서도 근시 70.7%, 고도근시 20.3%로 집계됐다.

학회는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 청소년 10명 중 9명이 근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시는 단순 시력 저하가 아니다.

유정권 학회 기획이사는 “근시로 망막과 시신경이 늘어나 구조적 손상이 생기면 시간이 지나 시력 회복이 불가능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근시 환자의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8배, 고도근시는 녹내장 4.6배, 초고도근시(-8.0디옵터 이상)는 백내장 최대 5.5배 높다고 강조했다.

근시가 심할수록 황반변성과 시야 결손 등 실명 위험도 빠르게 증가한다.

대한안과학회 제공


근시 원인은 유전과 함께 환경·생활습관이 결정적이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팀은 전 세계 33만여명 소아·청소년(평균 9세)을 대상으로 45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디지털 화면 기기(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TV)를 하루 1시간 더 사용할 때마다 근시 발병 위험이 21% 높아진다고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 네트워크 오픈’ 최근호에 발표했다.

위험은 하루 1∼4시간 노출 시 현저히 증가했으나, 1시간 이내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학회는 하루 1시간을 눈 건강 분기점으로 제시했다.

근시 예방을 위해 학회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햇빛에 의해 망막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안구 과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근거리 작업 시에는 30∼35센티미터(컴퓨터 50센티미터) 거리를 유지하고, 45분마다 10분 이상 원거리 휴식을 취해야 한다. 조명은 위에서 고르게 비추는 것이 적절하다.

고도근시 환자는 농구·복싱·번지점프 등 충격 운동을 피하고, 걷기·수영(물안경 착용)·요가 등 저충격 운동을 권장한다.

학회는 6세 이후 매년 안과 검진을 강조했다.

근시 진단 시 안축장 성장 속도와 진행 정도를 지속 관찰해야 하며, 비문증(날파리증)·광시증(빛 번쩍임)은 망막박리 전조로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40세 이상 성인은 근시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안저검사(눈 내부 촬영)를 받아야 한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눈은 소모품이 아니라 평생 써야 할 감각기관”이라며 “근시는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시력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