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건물.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이유로 국민연금을 환율방어 수단으로 동원해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5천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적 신탁 자산이며, 미래 세대의 생존을 담보로 한 최후의 안전판인데도, 단기적 환율 안정과 정치적 위기 모면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방어용 실탄처럼 사용하는 행태는 국가재정 운용 윤리의 붕괴이자 구조적 경제위기의 신호탄이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체력, 산업 경쟁력, 재정 건전성, 외교·안보 리스크가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지표다.

환율이 급등한다는 것은 시장이 해당 국가의 경제 운영 능력과 미래를 불신하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이며, 이 경고에 대한 해법은 구조 개혁, 신뢰 회복, 정책 전환이어야 한다.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 동원' 규탄하는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보건복지위원들이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기금의 효율적인 전략적 환헤지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운영한다고 밝힌 것이 사실상 환율 상승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것이라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환율 억제의 착시 효과와 그 대가

그러나 시장의 경고를 외면한 채 국민연금을 동원해 달러를 매도하고 환율을 억지로 누르는 것은, 체온계를 부수며 열이 없다고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면, 일시적으로는 환율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한국 정부는 자력으로 환율을 감당할 수 없다는 신호를 주는 결과를 낳고, 단기적 착시 효과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결국 투기 세력과 글로벌 자본은 더 강한 공격을 준비하게 되고, 방어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처럼 환율방어는 고위험, 저수익의 정치적 개입일 뿐이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목적인 국민연금의 수익률 하락과 재정 악화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

외환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투기거래 시장이며, 국가가 연금 자금을 들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늘의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소진하는 것은, 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고, 기금을 정치의 하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뿐만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부담을 젊은이들에게 떠넘기는 세대 정의의 파괴 행위가 될 것이다.”

노후 자금 (PG).사진=연합뉴스


◆ 근본 원인 해결이 우선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방어라는 명분으로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희생한다면, 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국가가 젊은이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환율 불안의 원인은 분명하다.

재정 방만운용, 기업 경쟁력 약화, 외교·안보 리스크 심화, 정책의 일관성 상실, 그리고 시장과의 소통 부재다.

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이라는 최후의 자산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현실기만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금 동원이 아니라 정책 신뢰 회복이다.

재정 기강 확립, 기업 투자 환경 개선, 외교·안보 리스크 관리, 통화·재정 정책의 정합성 회복이 우선이다.

국민연금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 소모해도 되는 수단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환율방어에 사용하는 순간, 국가가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를 연명하겠다고 경제위기를 선언하는 것과 같다.

국민연금은 정치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위한 마지막 안전판이며, 이를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퇴진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