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 현판식, 발언하는 민중기 특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했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8일부로 18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특검팀은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이라는 뜻의 '브이 제로(V0)'로까지 불렸던 김 여사의 숱한 범죄 행각을 밝혀내고 재판에 넘기며 출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 주요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섬세하지 않은 일 처리로 편파·강압수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은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지난 7월 2일 현판식을 열었던 특검팀의 초기 수사는 '3대 의혹'으로 불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선거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집중됐다.
이들 의혹은 국민적 관심이 컸음에도 기존 수사기관에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해 특검 출범의 주요 원인이 됐다.
특검팀은 7월 한 달간 의혹 관련자들을 향한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혐의를 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명태균 씨, 그리고 '통일교 청탁 의혹'에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 모두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피하지 못했다.
특검 첫 출석, 발언하는 김건희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후 8월 6일 김 여사를 전격 소환했다.
김 여사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하여 또 한 번 대중의 공분을 샀다. 약 11시간 동안 이어진 첫 조사에서 김 여사는 "몰랐다",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소환 이튿날인 8월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닷새 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들어 영장을 발부했다.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김 여사를 다섯 차례 추가 소환해 조사한 뒤 8월 29일 구속기소했다.
전·현직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것도, 구속된 것도, 구속기소된 것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후 특검팀은 공소 유지에 힘을 쏟는 동시에 앞선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던 '매관매직' 의혹 등 다른 범죄 혐의를 파헤치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인지수사 사건이 김 여사가 공직 등을 대가로 고가 귀금속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이었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김상민 전 부장검사,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 등이 인사·이권 청탁 대가로 김 여사에게 목걸이, 귀걸이, 금거북이, 시계, 그림 등을 건넨 정황이 하나씩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 '반클리프 아펠' 등 생소한 명품 브랜드 이름이 매일같이 등장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차례로 압수수색하거나 소환하는 한편, 건진법사 전성배 씨, 한학자 통일교 총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통일교 청탁 의혹' 연루자들을 모두 구속 후 재판에 넘겼다.
매관매직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특검팀은 김 여사를 두 차례 추가 소환한 뒤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하며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일념으로 수사 칼날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에 부닥치기도 했다.
지난 9월 30일, 특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 폐지를 언급하며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특검 수뇌부가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자고 이들을 다독이며 갈등은 일단락되었으나, 유례없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지난 10월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그가 생전 남긴 자필 메모에 특검이 강압과 회유를 이용해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했다고 적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민 특검의 불법 주식 거래 의혹도 터져 나왔다. 그는 2010년경 분식회계가 적발된 태양광 소재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매도하여 1억 원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밝혀져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민 특검은 "주식 취득과 매도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직접 해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사퇴 요구까지 제기됐다.
수사 기간 말미에는 특검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측도 통일교에서 부정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으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며, 각종 악재에 대처하느라 상당한 힘을 쓴 특검팀은 결국 일부 굵직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산하게 되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개발 특혜 의혹, 김 여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 씨의 '집사게이트'와 김 여사 간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한 점은 오점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의 '매관매직' 개입 여부와 부부의 뇌물 혐의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점 또한 특검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처럼 특검이 미처 끝내지 못한 수사는 경찰청 국수본의 몫으로 남게 되었으며,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