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하는 한동훈 전 대표
지난 8월11일 오후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 취임식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3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날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며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게 사태'는 작년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 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며 한 전 대표의 책임을 공식 확인했다.

장동혁 의원과 대화하는 한동훈 대표
2024년 12월 12일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장동혁 의원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한 전 대표는 “오늘 당무위에서 마치 제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당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사안을 미리 알았으며 정치적으로 결별하기 전에는 우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작년 말 '김옥균 프로젝트'로 저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려는 공격이 있을 때 당시 신뢰하던 장동혁 의원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며 “그때 장 의원이 방송에서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고 강력하게 설명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장 대표가 되고서 정치 공세로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참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전말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게시판은 당이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한 것”이라며 “권력자를 비판한 사람이 누군지 나중에 색출하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답했다.

당원들에게 사과할 의향을 묻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판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저를 비난하시라. 가족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무감사위 발표에 대한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하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임한 날에 이뤄진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의 발표에 고의라는 의심까지 든다”며 정무적 판단을 비판했다.

반면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라며 “겨우 이런 수준의 인간이 잠시나마 국민의힘을 대표했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고 썼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당무감사위 조사에서 한 전 대표 가족이 자신에 대한 비방 글도 쓴 것으로 확인됐다며 “좀 음습한 곳에서 또 다른 자아로 괴팍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라고 여기겠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