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당원게시판(당게) 사태'는 그가 그토록 외쳐온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자신과 가족의 명의를 동원하여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고 본인을 옹호하는 게시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정황이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한때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정치 리더의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법치'와 '동료 시민'을 강조하며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했던 한동훈 전 대표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남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자신과 가족에게는 익명의 방패를 들이댄 이중성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핵심적인 문제는 단순한 도덕적 일탈을 넘어선 민주주의적 가치 훼손이다. 당무감사위원회는 전체 게시물의 87.6퍼센트(%)가 단 2개의 아이피(IP, Internet Protocol)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을 확인했다. 이는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보여준 '여론 왜곡'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미니 드루킹'이라 규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공당의 당원 게시판을 조직적 여론 조작의 도구로 활용한 것은,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위장하여 당심을 교란시킨 행위이다. 건전한 당론 형성 과정을 방해하고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켜 당원들을 기만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한동훈 전 대표가 의혹 제기 시점부터 당무감사 발표에 이르기까지 1년 넘는 시간 동안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이다. 처음에는 '동명이인'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다가 증거가 명백해지자 "나중에 알았다", "비난은 감수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은 잠재적 대권 주자이자 한 정당의 대표였던 인물로서 무책임한 자세다. 위기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모습이자, 국민과 당원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다. 한때 당의 대표였고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인물이,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중대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해명 없이 침묵하고 조사를 회피한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요구되는 책임감과 리더십에 심각한 결여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당게 사태는 자유공화시민(보수) 진영 전체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고 있다. 당내 소통 창구를 윤석열 대통령 비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자신을 찬양하는 도구로 동원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당정 관계를 파탄 내고 자유공화시민 진영의 결집을 저해하는 '정치적 자해 행위'였다. 정권 재창출을 열망했던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이자, 공정하고 깨끗한 정치를 염원했던 국민적 기대를 짓밟은 처사였다. 당내에서도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더프리덤타임즈’는 한동훈 전 대표가 정치적 위기 앞에서 보여준 구태적이고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정치적 기회주의를 버리고 스스로 자정하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기 성찰과 제도적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