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공군 공습으로 연기 피어오르는 예멘 무칼라 항구.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걸프 지역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31일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가 최근 UAE 지원을 받는 예멘 분리주의 세력 남부과도위원회(STC) 근거지를 공습한 사건이 양국 관계의 전례 없는 악화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UAE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응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두 나라는 바레인 봉기 진압과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정부 전복 지원, 2015년 예멘 후티 반군 개입 등에서 협력했다.

UAE는 지상 작전을, 사우디는 공중 지원을 분담했다. 그러나 역내 지정학·경제 주도권 경쟁이 표면화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예멘에서 갈등은 2019년 UAE가 지상군을 철수하고 STC를 지원하면서 본격화됐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주도적으로 뒷받침하며 UAE의 움직임을 도전으로 인식했다.

최근 STC가 예멘 정부군 지역을 크게 점령하며 상업적 유전 지대를 장악하자 사우디는 STC 근거지와 UAE가 보낸 무기 하역 항구를 공습했다.

예멘 하덴항에서 남예멘 깃발과 UAE 국기 흔드는 주민들.사진=연합뉴스


로이터는 사우디가 UAE 지원 무기를 파괴한 점을 들어 양국 갈등이 직접 대립 국면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갈등은 예멘에 그치지 않는다.2023년 수단 내전에서 사우디는 정부군을 지지하며 휴전 중재에 나섰으나 UAE는 반군 신속지원군(RSF)에 무기를 지원한 의혹을 받았다.

소말릴란드 독립 인정 문제에서도 사우디는 반대 입장을, UAE는 아랍연맹 규탄 성명에 기권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사우디는 2021년 외국 기업에 지역 본부 사우디 이전을 요구하며 두바이를 견제했다.

UAE는 같은 해 OPEC 석유 생산 상한선 인상을 주장해 사우디 주도 합의를 무산시켰다.

로이터는 “양국 이해관계가 직접 연계된 첫 사례”라며 “석유 쿼터부터 지정학 영향력까지 거의 모든 사안에서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UAE의 경제 도시 두바이.사진=연합뉴스


양국 패권 다툼은 중동 질서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부담이다.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은 30일 사우디 측과 통화하며 “예멘 남동부 사건에 우려한다”고 자제와 외교 노력을 촉구했다.

채텀하우스 파레아 알무슬리미 연구원은 WP에 “사우디와 UAE의 균열이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거 이렇게 서로 공격한 적이 없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