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물가 2.3% 상승…고환율 석유류·수입소고기 '껑충'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3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고환율이 석유류와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 등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2025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고환율의 영향이 석유류와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에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2%대 초반으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석유류 가격 상승 등으로 정부 목표치를 소폭 웃돌아 물가 관리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향후 환율 추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주시하며 2026년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 넉 달 연속 2%대 물가 상승, 석유류·수입산 먹거리 급등

3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3퍼센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11월 2.4퍼센트(%)p 상승률보다는 0.1퍼센트(%)포인트(p) 낮아진 수치이지만, 넉 달 연속 2퍼센트(%)대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5년 6~7월 2퍼센트(%)대를 기록한 뒤 8월 1.7퍼센트(%)로 내려갔다가, 9월 2.1퍼센트(%)로 다시 올라섰고 10월에는 2.4퍼센트(%)를 기록한 바 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6.1퍼센트(%) 뛰며 전체 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다. 이는 2025년 2월 6.3퍼센트(%)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경유 가격이 10.8퍼센트(%) 상승하며 2023년 1월 15.5퍼센트(%)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고, 휘발유는 5.7퍼센트(%) 올라 2025년 2월 7.2퍼센트(%)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주로 고환율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수입산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도 4.1퍼센트(%) 상승했으며, 수입 쇠고기 가격은 8.0퍼센트(%) 올라 2024년 8월 8.1퍼센트(%)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고등어(11.1%), 바나나(6.1%), 망고(7.2%), 키위(18.2%)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환율 영향뿐만 아니라 해외 수급 상황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되어 국민들의 체감 물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8퍼센트(%)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3퍼센트(%) 상승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방식의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퍼센트(%) 올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사진=연합뉴스


◆ 연간 물가 2.1% 기록… 정부 목표치 상회 속 불안감 여전

2025년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1퍼센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0.5퍼센트(%)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0퍼센트(%)를 소폭 웃돈 수치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퍼센트(%)대에서 2021년 2.5퍼센트(%), 2022년 5.1퍼센트(%), 2023년 3.6퍼센트(%)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4년 2.3퍼센트(%)로 내려온 바 있다.

품목별 연간 상승률을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작년 5.9퍼센트(%)에서 올해 2.4퍼센트(%)로 둔화되었으나,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이 포함된 공업제품 가격은 1.5퍼센트(%)에서 1.9퍼센트(%)로 상승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연간 기준 2.4퍼센트(%) 상승하며 2022년 22.2퍼센트(%) 이후 3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체적으로 1년 전보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등의 영향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축산물 가격은 4.8퍼센트(%), 수산물 가격은 5.9퍼센트(%)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3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작년 대비 2.1% 상승했다.사진=연합뉴스


◆ 2026년 체감 물가 안정에 총력… 정부의 과제는

정부가 발표한 연간 생활물가지수는 2.4퍼센트(%) 상승하며 2020년 0.4퍼센트(%)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지수는 마이너스(-)0.6퍼센트(%)로 2019년 마이너스(-)5.1퍼센트(%)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으며,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9퍼센트(%) 상승해 2021년 1.4퍼센트(%) 이후 오름폭이 가장 작았다.

그러나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 지수 상승폭은 여전히 전체 물가보다 큰 상황이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 임혜영 물가정책과장은 "원/달러 환율이 최근의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상 여건 등을 향후 물가에 영향을 줄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겨울철 기상 여건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먹거리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별 가격과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이는 복합적인 대내외 변수 속에서 2026년 물가 안정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