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에게 인사하는 한동훈 전 대표
지난 8월11일 오후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 취임식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 측과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親한동훈)계 간의 갈등이 극심해지며 당이 최악의 내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당원게시판(당게) 사태'를 둘러싼 당무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31일 한동훈 전 대표가 의혹 제기 1년여 만에 일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무감사 결과 일부가 조작되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친한계 역시 이번 사태를 사실상의 '한동훈 죽이기'로 규정하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당 지도부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며 양측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 한동훈 전 대표, “당무감사위 게시물 명의 조작” 법적 대응 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가족이 국민의힘 익명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지속해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는 당무감사위의 발표와 관련, 이날 개인 에스엔에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어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해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싸워야 할 때 이렇게 조작까지 하면서 민주당을 도와주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저는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돼 있어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 글은 바로 무관하다는 것이 탄로 날 테니,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의 상대적으로 수위 높은 게시물들을 가족 명의로 조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호선 씨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의도적인 흠집 내기 정치 공작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로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전날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며 일부 사실을 인정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 김종혁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결정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친한계, “한동훈 죽이기” 반발… 당 지도부, “용서 못 할 일”로 비판 고조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한계 의원들은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당무감사위원장이란 중요 보직자가 눈치도 없이 당의 중차대한 투쟁의 순간마다 끼어들어 자기 정치의 퍼포먼스를 하는 바람에 당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의원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제1야당이라는 공당의 당무감사 결과가 이렇듯 허술하고 엉터리일 줄은 미처 몰랐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빌려 비난하기도 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박상수 전 대변인 역시 각각 "장 대표가 공작 정치 책임져야 한다", "음모론에 빠지던 자들이 날조한 내용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 지도부의 배후설을 제기했다.
반면 당 지도부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강명구 조직부총장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가 인정할 건 인정하시고, 해명할 건 해명하시고, 사과할 게 있으면 빨리 사과하고 털고 가시면 된다"고 촉구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하여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같이 가기 쉽지 않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김용태 의원도 엠비씨(MBC) 라디오에서 이 사안과 관련, "한 전 대표가 과거 이 문제가 거론됐을 때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넘어갔으면 됐을 문제"라며 "법적 조치 등을 중언부언 말씀하시는 태도는 적절치 않고 낯부끄러운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위원회의 공적 행위를 위원장 개인에 대한 형사고소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공사의 구분이 안 되는 것"이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한 전 대표의 반박에 재반박했다.
그는 게시판 글 명의와 작성인 명의가 다른 점 등은 윤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별도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인사말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종무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당무감사위, 사태 윤리위 회부… 당 지도부의 결단만 남아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의 징계 여부를 윤리위원회로 넘김에 따라 향후 사태의 전개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대표가 현재 공석인 윤리위원장을 임명하게 되면,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전 대표의 징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과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기구인 당무감사위 결정에 지도부가 따로 이렇다 말할 내용은 없다"고 밝히며, 윤리위원회의 독립적인 결정을 강조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 권력 다툼이 최고조에 달하며,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 미칠 전망이다.